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하늘 보고 징징대기 1 본문
비공개 카페에 있던 글을 올립니다. 날짜도 이 블로그 시작점으로 했습니다.
나머지는 원래 그대로 입니다.
하늘 보고 징징대기 1
내 딸 이야기 | 2005/04/16 (토) 20:38
아이가 입원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얼마나 남았는 지도 모른다.
태어나서 두 달이 지났을까...
올해를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에 부엌에 쪼그리고 울던 집 사람.
정말, 조심조심 살아 온 13살이었다.
이러다 수술 않고 평생 살아 갈 지도 몰라...
문득, 수술은 차갑게 다가 왔다.
안 할 이유는 아무 것도 없는데, 왜 그리 마음이 무겁던지...
사실, 조금씩 아이는 더 힘들어 했었다.
태어날 때부터 짐을 진 아이가 짐 벗은 홀가분함을 알기나 알까...
5시간 반 동안 마음을 조리며 기다렸다.
수술 다음 날, 그 날은 천국이었다.
그러나 괜히 심장이 아닌가 보다.
새로이 들어 선 중앙 정권에 모든 지방 세력이 저항하는 것처럼,
정말, 글에서 본 모든 후유증을 밟아 가고 있다.
처음에는 끔직이 노력하던 아이도 몇 차례 중환자실을 오르락 내리락,
때로는 그 애비, 에미를 쳐다 보지도 않는다.
혈관 찾을 때마다 치른 전쟁의 흔적,
두 차례 개흉의 자국, 몸에 삽입된 튜브,
때론 힘들어 앙상한 어깨만 들썩이며 호흡하는 걸 보노라면
들어 올 때는 버젓이 걸어 들어 왔는데,
양방은 확실하지만 정말 무작한 것 아닌가,
표준을 벗어난 상태에 대해 이리도 임기응변이 힘든가...
그런데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자.
지구상 아이들의 얼마는 매일 굶어 죽어 가고,
매일같이 말도 안되는 사고로 죽어 가고,
소아암 병동에서는 수술이라도 해 볼 수 있다고 심장병동을 부러워 하는데...
누군가는 불행한 그 몇 %에 들어 가야 하고,
우리라고 마냥 비껴 갈 수는 없는데,
나 역시 수 많은 사고 소식을 낯설게 코 딱지 후비면서 들었을텐데...
남의 암세포와 나의 코 딱지는 같은 무게인가 보다.
그래도 좋으신 분들이 있다.
어떤 질문도 성실히 설명해 주는 L 선생님,
자기보다 아래 연배인데도 집사람이 언니처럼 의지하는 K 간호사님,
아이 상태에 정말 마음 아파하는 착한 간호사 언니들(딸 아이 표현대로),
그리고 자정 넘어 귀가 길에 한숨 속에 담배 피는 내게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주는 S 선생님.
12년 동안 변함없이 따듯하신 K 선생님께서 늦은 저녁에 중환자실 문병을 오셨다.
집 사람은 친정 식구 본 것처럼 눈물을 글썽거렸다.
어찌 '직업'이란 단어로 다 설명할 수 있으랴...
두 달 동안 병원에 붙어 있는 집 사람,
뭘 좀 먹여 볼려고 음식 만들어 나르는 처제,
혹시, 딸 아이는 집사람과 처제가 낳은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 본다.
그나저나 장인 어른도 편찮으신데...
그럼, 이 날라리 애비는 뭘 하고 있는가?
단순무식한 심부름꾼, 굼뜬 도우미...
나는 매일 하늘 보고 징징거리고 있다.
군대간 형을 그렇게 데려 가고,
만우절에 아버님이 간암임을 알려 주고,
하다 못해 아끼던 고양이 한 마리 조차 어이없이 데려 갔던
그 하늘을 보고 징징거리고 있다.
그 애가 떠나면 더 이상 이 세상에 붙들 끈도 없어,
둘 다 떠나기 원하시면 마음대로 하시라고...
미친 놈이라 하더라도
이 판국에 농담하냐 하더라도 할 수 없다.
이승에서 내게 가장 귀한 내 목숨을 바칠테니
소원들어 달라고.
13살 소년 시절부터 찾아 헤매던
그 하늘 보고 징징댈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