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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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생의 끝

하늘 보고 징징대기 1

조용한 3류 2014. 3. 12. 13:10

비공개 카페에 있던 글을 올립니다. 날짜도 이 블로그 시작점으로 했습니다.

나머지는 원래 그대로 입니다. 




하늘 보고 징징대기 1


내 딸 이야기 | 2005/04/16 (토) 20:38


아이가 입원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얼마나 남았는 지도 모른다.

 

태어나서 두 달이 지났을까...

올해를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에 부엌에 쪼그리고 울던 집 사람.

정말, 조심조심 살아 온 13살이었다.

 

이러다 수술 않고 평생 살아 갈 지도 몰라...

문득, 수술은 차갑게 다가 왔다.

안 할 이유는 아무 것도 없는데, 왜 그리 마음이 무겁던지...

사실, 조금씩 아이는 더 힘들어 했었다.

태어날 때부터 짐을 진 아이가 짐 벗은 홀가분함을 알기나 알까...

 

5시간 반 동안 마음을 조리며 기다렸다.

수술 다음 날, 그 날은 천국이었다.

 

그러나 괜히 심장이 아닌가 보다.

새로이 들어 선 중앙 정권에 모든 지방 세력이 저항하는 것처럼,

정말, 글에서 본 모든 후유증을 밟아 가고 있다.

 

처음에는 끔직이 노력하던 아이도 몇 차례 중환자실을 오르락 내리락,

때로는 그 애비, 에미를 쳐다 보지도 않는다.

 

혈관 찾을 때마다 치른 전쟁의 흔적,

두 차례 개흉의 자국, 몸에 삽입된 튜브,

때론 힘들어 앙상한 어깨만 들썩이며 호흡하는 걸 보노라면

들어 올 때는 버젓이 걸어 들어 왔는데,

양방은 확실하지만 정말 무작한 것 아닌가,

표준을 벗어난 상태에 대해 이리도 임기응변이 힘든가...

 

그런데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자.

지구상 아이들의 얼마는 매일 굶어 죽어 가고,

매일같이 말도 안되는 사고로 죽어 가고,

소아암 병동에서는 수술이라도 해 볼 수 있다고 심장병동을 부러워 하는데...

 

누군가는 불행한 그 몇 %에 들어 가야 하고,

우리라고 마냥 비껴 갈 수는 없는데,

나 역시 수 많은 사고 소식을 낯설게 코 딱지 후비면서 들었을텐데...

 

남의 암세포와 나의 코 딱지는 같은 무게인가 보다.

 

그래도 좋으신 분들이 있다.

어떤 질문도 성실히 설명해 주는 L 선생님,

자기보다 아래 연배인데도 집사람이 언니처럼 의지하는 K 간호사님,

아이 상태에 정말 마음 아파하는 착한 간호사 언니들(딸 아이 표현대로),

그리고 자정 넘어 귀가 길에 한숨 속에 담배 피는 내게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주는 S 선생님.

 

12년 동안 변함없이 따듯하신 K 선생님께서 늦은 저녁에 중환자실 문병을 오셨다. 

집 사람은 친정 식구 본 것처럼 눈물을 글썽거렸다.

어찌 '직업'이란 단어로 다 설명할 수 있으랴...

 

두 달 동안 병원에 붙어 있는 집 사람,

뭘 좀 먹여 볼려고 음식 만들어 나르는 처제,

혹시, 딸 아이는 집사람과 처제가 낳은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 본다.

그나저나 장인 어른도 편찮으신데...

 

그럼, 이 날라리 애비는 뭘 하고 있는가?

단순무식한 심부름꾼, 굼뜬 도우미...

 

나는 매일 하늘 보고 징징거리고 있다.

군대간 형을 그렇게 데려 가고,

만우절에 아버님이 간암임을 알려 주고,

하다 못해 아끼던 고양이 한 마리 조차 어이없이 데려 갔던 

그 하늘을 보고 징징거리고 있다.

 

그 애가 떠나면 더 이상 이 세상에 붙들 끈도 없어,

둘 다 떠나기 원하시면 마음대로 하시라고...

 

미친 놈이라 하더라도

이 판국에 농담하냐 하더라도 할 수 없다.

 

이승에서 내게 가장 귀한 내 목숨을 바칠테니 

소원들어 달라고. 

13살 소년 시절부터 찾아 헤매던 

그 하늘 보고 징징댈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