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퍼옴] 효심 등친 `국내 최고 요양원`…고객 보증금 수십억 꿀꺽 본문
효심 등친 `국내 최고 요양원`…고객 보증금 수십억 꿀꺽
분당 `너싱홈` 자금 계열사에 편법지원 의혹
우후죽순 요양시설 정부 관리감독 사각지대
[매일경제, 연규욱 기자입력 : 2016.01.05 17:23:17 수정 : 2016.01.06 08:44:00]
개인사업자인 A씨는 폐암과 싸우다 가망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노모를 지난 7월 경기도 분당의 요양원 '더헤리티지 너싱홈'(이하 너싱홈)에 모셨다. 4000만 원이라는 고액 보증금이 부담스러웠지만 200병실에 150명의 요양보호사와 40명의 간호사, 전문 의료진의 정기적 회진 등 국내 최고급 요양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설명에 A씨는 결국 너싱홈을 선택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달여 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A씨는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보증금을 돌려드릴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이었다.
국내최고급 요양원(유료 양로시설)인 너싱홈이 입소자들이 낸 보증금 수십억 원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너싱홈 피해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퇴소자는 모두 80여 명, 피해금액은 40억원에 달했다.
현재 입소한 100여 명의 보증금까지 합하면 피해액은 8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피해자는 분당경찰서에 너싱홈 관리업체인 서우로이엘의 박성민 대표(전 늘푸른의료재단 이사장)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비대위 측에 따르면 너싱홈 운영업체인 서우로이엘은 실버타운인 '더헤리티지' 분양 등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금난이 발생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실버타운뿐만 아니라 계열사인 서현디엔씨(부동산개발업체)가 분양에 어려움을 겪던 정자동 엠코헤리츠(오피스텔)를 올해 초 갑자기 30% 할인 분양한 것으로 미뤄 보아 자금난에 빠진 부동산 자회사들을 살려내기 위해 보증금을 유용했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매일경제 취재 결과 서우로이엘은 2011년 이후 3년간 부동산 등록세와 법인세 등 모두 21억원 상당 지방세를 연체해 경기도청의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올랐다. 등기부등본(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는 너싱홈 역시 2013년부터 지방세를 체납해 관할구청인 분당구청이 압류 조치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2011년 이후 사실상 부도가 난 너싱홈이 편법 영업을 계속하면서 피해를 확대시킨 것이다.
피해자 이 모씨는 "너싱홈의 공식 보증금은 4000만원이었지만 지난 7월 입소 당시 갑자기 5000만~7억 원의 다양한 금액의 보증금이 적혀있는 가격표를 제시하며 '1억5000만원을 내면 매달 내는 입소비를 75만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고 했다"며 "'이는 은행이자보다 더 이득'이라면서 거액의 보증금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너싱홈측은 또 법인계좌가 아닌 직원 개인 계좌로 보증금을 입금해 달라는 의아한 부탁도 받았다"고 전했다.
이는 세금 미납으로 법인계좌를 사용할 수 없게 된 너싱홈측이 개인계좌로 입금받는 편법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에 숙모를 너싱홈에 모셨다는 또 다른 피해자 신 모씨는 "올해 1월께 '보증금에 대한 월 입소비 전환표'라고 적인 가격표가 집으로 날라왔다"면서 "갑자기 요양원이 보증금을 증액하려고 해서 가족들이 매우 당황했었다"고 말했다.
너싱홈은 한 채권자의 신청으로 인해 법원이 경매 개시결정을 해놓은 상황이지만 너싱홈이 경매를 통해 매각된다 해도 피해 구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피해자들보다 우선순위에 있는 고액의 근저당권자가 다수 있기 때문이다. 비대위측은 "선순위 근저당권자들에 너싱홈 대표인 박성민 전 늘푸른의료재단 이사장과 특수관계자들로 추정되고 이들로 채워져 있어 '가장채권자'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등기부등본에는 사돈관계인 최 모씨와 그가 운영하는 너싱홈 용역업체가 각각 4순위와 5순위에 설정돼있다. 또 2~5순위 근저당권이 약 두달도 안되는 기간에 연이어 설정됐다는 점도 의혹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법원이 평가의뢰한 너싱홈 건물의 감정가는 293억 원이지만 통상 몇 차례 유찰되는 부동산 경매 특성상 낙찰가는 190억 원 대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이는 피해자들이 가장채권으로 의심하고 있는 선순위 근저당권 설정 채권액의 총합(192억5000만원)과 거의 일치해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너싱홈 건물이 팔린다 해도 후순위로 밀려나있는 보증금 피해자들에게 경매대금이 돌아갈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것이다. 현재 너싱홈은 경매가 아닌 임의매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본지는 박 전 이사장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박 전 이사장 최측근인 서우로이엘 관계자는 "돈이 없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돈이 없는 이유는 본인도 모른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박 전 이사장이 부동산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자금을 다른 데서 끌어들이면서 선순위 저당권자가 발생한 것 같다"며 이른바 '채권 털기' 의혹은 부인했다.
문제는 최근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요양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어 너싱홈 같은 사태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요양병원과 달리 너싱홈은 일반법인(서우로이엘)이 운영 주체라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엄격한 관리감독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사고 위험성이 높았다. 비대위 관계자들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이 비슷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엄격히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요양원의 보증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성토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의 김경남 변호사는 "요양원 운영자가 입소 보증금을 법인의 다른 자금과 별도로 관리•보관하고 회계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을 법으로 둘 필요성이 있다"면서 "요양원 운영주체가 제때 보증금을 반환해 줄 자력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거액의 보증금을 지급받는 것은 전형적인 사기"라고 덧붙였다.
한때 '노인돌봄의 선구자'란 칭호를 받으며 노인 요양산업을 중동에까지 진출시켰던 박 전 이사장은 너싱홈 보증금 미반환으로 명성에 상처를 입게 됐다. 박 전 이사장이 설립하고 지난 8월까지 이사장으로 있던 늘푸른의료재단의 보바스 기념병원 역시 지난 9월 과도한 부채로 기업회생을 신청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황이다. 박 전 이사장은 현재 본인이 대표로 있는 또다른 업체인 서현디엔씨(부동산개발업체)의 정자역 엠코헤리츠(오피스텔) 분양 사기 의혹으로 수분양자들에게 고소당한 상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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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일보, 2017-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