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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한량의 취미 활동' '그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 누가 읽겠어?' 그리고... '인생을 날로 먹고 있다'. 내 글 한 번 제대로 읽지 않은 그들은 그때 그런 말들을 했었다. 2011년 가을에 썼던 소설 뒷부분을 잠시 읽었다. 뭐든 낯섦이 주는 재미라는 게 있나보다. 여서구, 자네 여전 했구먼...
2009년에 쓴 소설이 있었다. 마지막 선택... 문득 떠올라 마지막 부분을 읽어보려고 하는데 전자책 뷰어가 말을 안 듣는다. 너무 오랜만이기도 했지만, 전자책은 이런 게 문제라는 생각이 앞선다. 그래... 내가 쓴 글이었나 보다. 아무리 물이 뜨겁게 끓어도 그 컵이 더 튼튼함을 믿는다. 201○년 봄 “……세계 보건당국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유행했던 신종 인플루엔자처럼 전염성이 강하면서 조류 인플루엔자처럼 치사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수천만 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 1918년 스페인 독감을 능가하는……” 차부장은 자꾸 라디오 뉴스에 신경이 씌었다. 연일 뉴스에서는 외국에서 일어나는 집단 감염, 휴교, 사망 등의 불길한 소식만 전하고 있었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
글을 쓴 적이 있었다. 헷갈리는 걸 메모해 두었던 맞춤법 사전. PC 구석 어딘가에 있는 거보단 찾기 편하리라. 물론, 인터넷이 끊어지면, 포탈에서 페쇄하면 끝이지만. --- ㄱ ----------------------------------------------------------- - 거(것의 구어) => 게 건 걸 :네 거 내 거 따지지 말자. :그 책은 내 ..
(6) 특집 방송이 있은 며칠 후에 김수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와, 우리 서박사 TV에 나왔데?” “어, 뒤통수만 보여 주었는데.” “에이, 그런다고 모르나? 목소리만 들어도 알겠더구먼.” 나는 그래도 방송 내용을 한번 물어 보기로 했다. “방송은 어땠어요? 난 안 봤는데…….” “이공계는 아무 걱정 없대요.” “어?” “정부 관료도 나오고, 기업에서도 나오고. 아, 그리고 요새 줄기세포로 유명한 그 박사도 나왔지.” “근데?” “기업에서는 앞서 개척해서 나가고 있고, 정부에서는 잘 밀어 주고 있대대.” “그리고?” 김수성의 삐딱한 어투가 전화기를 통해 울려 나왔다. “연구원들은 열심히 불을 밝히며 연구하고 있댑니다. 월화수목금금금…….” 나는 전화를 끊고 멍하니 있었다. 한참동안 그러고 있다가 ‘..
(5) “말씀하신 걸 종합해 보면 결국 문제는 정부란 말씀인가요?” “기업은 돈, 학교는 명예가 장점이라면 연구소는 안정된 연구 환경입니다. 모험적인 기술은 기업에서 달려들기 힘들고, 학교는 체계적으로 학문을 해야 하는 곳이니까 목표를 향해서 질주하기는 힘듭니다. 국가 차원에..
(4) 연구원들을 일 년 내내 연구비 확보에 매달리게 한다는 PBS 등에 대해 답하는 사이, 시간은 꽤 흘러갔다.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에서는 기초기술, 원천기술 연구가 힘들다고 하던데요, 연구하신 분야가 그쪽 아닌가요? 어떠셨나요?” “모험적인 성격이 무척 강했지요. 처음 과제 제안..
(3) “교수님들도 행정 업무에 대한 불만이 높더라고요. 그래도 연구소에는 행정 지원 인력이 많지 않나요?” “구매 업무같이 일반적인 것은 연구소가 잘 되어 있지요. 그런데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이 풀리는 과정에서, 기술 관련한 부분은 주로 연구소들이 맡아 하게 되거든요.” 나는 ..
(2) “어떤 점에 그렇게 회의를 느끼셨나요? 대덕연구단지라면 우리나라 이공계 우수 두뇌들이 모이는 곳 아닙니까? 일반인들은 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불 꺼지지 않는 연구소를 떠올립니다.” “불 꺼지지 않는 연구소요? 허허. ……연구 외에 일들이 많습니다. 3개월에 한 번 코딩(소프..
2007년 이른 겨울에 썼던, 저의 첫 소설입니다. 제 스스로도 소설인지, 다큐인지 구분이 안 가는군요. 뭐... 소설이면 어떻고 다큐이면 어떻습니까? 한 때, 내 마음이, 온전히 갔으면 그만이지... 어느 연구소 이야기 (1) 집에서 공원까지는 5분 남짓 거리였다. 공원 주변의 나무들은 긴 겨울을 앙상한 채로 버티고 있었고,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벤치 근처에는 이미 서너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아내의 부탁대로, 카메라는 멀찍이 떨어져서 뒷모습만 내보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목소리 변조도 원하느냐는 질문에 그건 괜찮다고 했다. 세상에 없는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감추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을 시사교양국에 있다고 소개한 PD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정부출연연구소에 8년 정도 ..
2011년 여름에 쓴 것 같습니다. 그 다음 해에 '융합문학의 밤'이라는 중편에 넣어버렸었고, 얼마 전에 소설집 '달까지 걸어가기'에 담았습니다. 무척 아끼는 아꼈던 글입니다. 금지된 재현 나는 구석 자리의 서준을 알아보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술조차 약해진 40대 후반들은 실직한 그를 위로하느라 분주히 술잔을 돌렸다.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잔뜩 취한 친구 하나가 내 옆으로 왔다. "직장이…… 전부도…… 거울 속에…… 있다느니……." 서준을 억지로 데려왔다는 그 친구는 문장 하나를 제대로 완성할 수 없었지만, 난 다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다. 반년 전의 일이다. 40여 년 전이었을까? 자연 시간이었다. "저 말고 딴 게 보일 수는 없나요?" 서준이의 거듭된 질문에 선생님은 난감해 했다. "그럼, 거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