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관운장 (8)
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나는 구사일생으로 맥성에서 살아남았다. 시체 밑에 죽은 듯 널브러져 찬 서리 내리는 10월의 긴 밤을 보내고, 다시 한나절을 있다가 주력 부대가 물러간 다음에 도망쳐 나왔다. 나는 서천으로 가는 산길에 숨어 적군이 물러가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숨을 돌리고서야 스승께서 주셨던 하..
해시가 가까워 왔다. 모두 준비를 마치고는 관공 주위로 모여 들었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 모든 장수들은 내 말을 가슴 깊이 간직하여 한 치의 어긋남도 없도록 하라.” “예!” 장수들의 비장함을 못 이긴 듯 촛불조차 바람에 일렁임을 멈추고 있었다. “형주는 사방으로 트여 있어..
맥성은 큰일을 앞두고 더욱 적막했다. 모든 병사들은 준비를 끝내고 숨죽여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흥이와 요화가 여기에 없는 게 행(幸)인지, 불행인지 모르겠구나.” “형주는 다시 촉의 땅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둘 다 여기 있는 게 보탬이 됩니다.” “현정, 정말 그렇게 믿느..
어둠 속에 관장군이 보였다. 손에 뭔가를 들고 바삐 뛰어 가고 있었다. “형님, 뭡니까?” “아니, 항일 이놈이 글쎄…….” 화사한 삼각수염을 쓸며 생각에 잠겨 있던 관공은 항일이 보낸 글을 나보고 읽으라고 했다. “……형주는 촉(蜀)의 땅이나 촉병은 멀고, 장군께서는 위와 다투느..
다시 관공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요화가 청하러 간 원군은 안 올 것 같다. 식량도 거의 떨어졌다. 내일이면 적들은 물밀 듯 밀려 올 것이다. 무슨 계책이 있는가?” “지금 상황은 강태공과 장자방이 다시 살아난다 해도 어쩌지 못할 것입니다. 관공께서는 몸을 빼내 서천으로 가시어..
여몽이 물러가고, 관평 장군이 분(憤)이 가득한 관공을 모시고 안으로 들어 간 후에 나는 왕보에게 물었다. “항일이 배반했다는 게 참입니까?” “관공께서 실망하실까봐 소문이라고만 했는데, 직접 목격한 사람한테 들은 것이오.” “전에 군사께서도 항일을 조심하라 서찰을 보낸 것..
그해 7월에 선제께서 한중왕이 되신 이후, 형주성의 관공은 명을 받들어 위(魏)의 번성을 공략하였다. 위왕 조조가 보낸 우금을 생포하고 방덕을 참하였으니, 그 위세에 놀란 조조가 천도(遷都)를 고려한다는 소문이 서천(西川) 지방에까지 퍼졌다. 관공은 관흥을 성도(成都)로 보내 번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