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글/수필 등 (13)
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2011년 여름에 쓴 것 같습니다. 그 다음 해에 '융합문학의 밤'이라는 중편에 넣어버렸었고, 얼마 전에 소설집 '달까지 걸어가기'에 담았습니다. 무척 아끼는 아꼈던 글입니다. 금지된 재현 나는 구석 자리의 서준을 알아보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술조차 약해진 40대 후반들은 실직한 그를 위로하느라 분주히 술잔을 돌렸다.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잔뜩 취한 친구 하나가 내 옆으로 왔다. "직장이…… 전부도…… 거울 속에…… 있다느니……." 서준을 억지로 데려왔다는 그 친구는 문장 하나를 제대로 완성할 수 없었지만, 난 다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다. 반년 전의 일이다. 40여 년 전이었을까? 자연 시간이었다. "저 말고 딴 게 보일 수는 없나요?" 서준이의 거듭된 질문에 선생님은 난감해 했다. "그럼, 거울인..
아마 2012년 7월에 썼을 겁니다. 무대는 삼국지 적벽대전에서 동남풍이 불기 시작하는 대목입니다. 뒷면 1 '아니, 왜 매번 이리 위험하게 일을 하는 거야? 조금만 삐끗해도 우린 모두 죽음인데...' 조노인은 조자룡 휘하의 군졸이었다. 나이는 젊지만 새치머리가 많아 모두들 노인이라 불렀..
10여 년 전에 쓴 수필입니다. 와이프 유감 혹시 제목을 보고 아내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려나 보다, 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허나, 나도 꼭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하는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중년의 솔직함은 때론 경솔함으로 여..
호 이야기 자, 호, 아호... 정확한 구별은 모르겠다. 성년이 됐을 때 부친의 친구분이나 스승이 지어주는 이름을 자라 하고 나머지를 호라 한다면, 그리고 내가 호가 있어도 될 만한 인물인가 하는 물음을 제외한다면, 나 스스로 나에 대해 붙인 이름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보고자 한다. 그렇..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것 성질이 급한 편이었다. 아니, 이 말보다는 꾸준히 하는 걸 잘 못한다, 가 적절한 것 같다. 그러니 대성(大成)은 초저녁에 글렀고, 잘못하면 별 나아지지도 못하고 이번 생을 마칠지 모르겠다. 나란 놈이 그렇다는 게 훤히 드러나는 때가 방학이었다. 초등학교..
흑족, 백족 백족(白族)에서 흑족(黑族)으로 구원을 요청해왔다. 이 땅 밖에 있는 '그들'이 백족을 해친다는 거였다. "대체 그들의 정체가 뭐란 말인가?" "때로는 하나이고 때로는 여럿이라 하옵니다." 족장의 물음에 장로가 대답했다. 족장은 가장 신임하는 장로와 장수에게 의견을 물었다. "..
초나라 이야기 이 글은 멀고 먼 곳에 있는 나라, 초나라 건국의 신화이고 성장의 역사이고 지금 그곳의 현실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지구 대한민국 성남의 한 찜질방에서 시작됐다. 모두가 잠든 밤에 젊은 초는 울분을 삭일 수 없었다. 초 같은 세상, 초 같은 세상... "우리가 없으면 어찌..
데일리 모이스춰라이징 바디... "글자를 하나씩 보는 게 아니라 뭉터기로 본다는 거야. 짜, 장, 면, 이렇게 한 자씩 보는 게 아니라 척하는 순간에 '짜장면' 전체를 보는 거라고." 중2때였다고 기억한다. 어떤 녀석이 그렇게 말을 길게 하는 바람에 우린 짜장면이 불을까 몹시 걱정했었다. 아..
대통령 꿈 이 글은 내가 어릴 적에 대통령이 되는 꿈을 꾸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내 꿈속에 대통령이 등장했다는 얘기다. 사실 나도 또래들처럼 초등학교 1학년 때 잠시 장래 희망으로 대통령을 꿈꾼 적이 있었다. 그러나 곧 과학자로 바꾸었었다. 물론 과학자가 무언지는 몰랐겠지만. 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