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예전 글 옮김] 소소했지만, 끝없었던 착각 본문
예전에 분당우리교회 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 2편만 옮겨옵니다.
날짜 2019-09-16
소소했지만, 끝없었던 착각
어제 주일이었습니다.
집사람은 '일대일 양육'으로 4부 예배에 가고
저는 제 나이와 맞는(?) 5부 예배를 드리러 갔지요.
이사온 집에서 교회까지, 네이버로 보니 걸어서 30분이더군요.
집사람이 나가자마자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이제 바쁘게 걸으면 45분이 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늘에 들어가니 바람도 선선하고 오랜만에 하늘도 파랗건만
저는 짧은 다리를 긴 허리를 바쁘게 움직일 뿐입니다.
이매역 사거리에 도착했습니다. 30분입니다. 됐습니다, 여기서 10분이면 됩니다.
그런데 너무 한산합니다. 꼬리를 무는 차들도 없고. 귀향하신 분들이 많은가 봅니다.
방심하지 않고 열심히 걸어갑니다. 무슨 '서명' 하는 것도 가볍게 스칩니다.
걸어가시는 분들도 거의 없는 걸 보면, 그동안 바빠서 몇 년 동안 귀향을 미루셨던 분들이 많았나봅니다.
그런데... 정문이 닫혀 있습니다. 교통정리하시는 봉사자 분들도 안 보이고.
봉사자 분들도 많이 고향에 내려가셨나봅니다. 올해는 예년과 다릅니다.
드디어 팔각정을 지나 본당 현관이 보입니다. 40분입니다. 아직 찬양도 시작하기 전입니다.
근데... 그런데... 현관 앞에 아무도 안 계십니다. 주보를 나눠주시는 분들도...
늦었단 말인가요? 아니, 휴대폰 시계도 틀리나요? 우째 이런 일이ㅠㅠㅠ
한숨과 함께 다시 휴대폰을 꺼내봅니다.
아니, 3시도 안됐는데, 2시41분인데 어찌 이럴 수가 있습니까???
근데... 그런데... 지금 보니 '2시'가 아니라 '1시'입니다...
팔각정에 조용히 앉았습니다. 음료도 하나 뽑아왔습니다.
멍하니 외롭게 솟아있는 강아지 풀을 바라봅니다.
제가 유달리 시야가 좁은지라
가끔 옆에 놓인 반찬도 못 보고, 집사람 외에는 어떤 미인도 못 보지만,
어떻게 '분' 옆에 '시'를, 그것도 한두 번도 아니고...
착각으로 생긴 1시간이 뜻밖에 귀합니다.
가볍게 교내를 한 바퀴 돌고
우연히 뵌 교구 목사님과 인사도 나누고
우리 이쁘신(?) 5부 찬양팀 리허설도 보고
땀을 식히며 기도도 드렸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충분히 흐른 후에 5부 예배에 참여합니다.
예배를 마치고는 올 때와 달리, 마냥 천천히, 집으로 걸어갑니다.
추석 특집 설교가 떠오릅니다. '당신의 이름을 바꾸십시요'.
혹시... 제가 중요한 걸, 정말 중요한 걸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아무리 봐도 여전히 <야곱>일 뿐인데,
혹시 <이스라엘>이 되어가고 있다고, 제 혼자 착각하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