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달까지 걸어가기 (2)
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2011년 여름에 쓴 것 같습니다. 그 다음 해에 '융합문학의 밤'이라는 중편에 넣어버렸었고, 얼마 전에 소설집 '달까지 걸어가기'에 담았습니다. 무척 아끼는 아꼈던 글입니다. 금지된 재현 나는 구석 자리의 서준을 알아보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술조차 약해진 40대 후반들은 실직한 그를 위로하느라 분주히 술잔을 돌렸다.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잔뜩 취한 친구 하나가 내 옆으로 왔다. "직장이…… 전부도…… 거울 속에…… 있다느니……." 서준을 억지로 데려왔다는 그 친구는 문장 하나를 제대로 완성할 수 없었지만, 난 다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다. 반년 전의 일이다. 40여 년 전이었을까? 자연 시간이었다. "저 말고 딴 게 보일 수는 없나요?" 서준이의 거듭된 질문에 선생님은 난감해 했다. "그럼, 거울인..
책 소개 중편 2편과 단편 3편. [중편] 융합문학의 밤 '융합'이라는 단어가 과잉된 세상. 잉여인력을 재교육하는 이공계 연구소에서 거창하게 과학과 문학의 융합을 내세우며 '문학의 밤' 행사를 개최하는데... [중편] 달까지 걸어가기: 어느 비주류 과학자의 비망록 유언 내용은 ESP, 즉 초감각지각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그 연구에 전 유산을 사용하고, 아니면 고인이 다니던 교회에 기부해 달라는 것이다... [단편] 소설강 이야기 스무 살이 되던 해, 고교 동창 셋은 마흔이 되는 해 6월에 함께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 밤이었다... [단편] 정말, 옛날 옛적에 "근데, 이 중희란 친구는 왜 방학 때만 만나는 거니?" 선생님은 알듯 모를 듯 미소를 지었다. 석우는 그날을 끝으로 중희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