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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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긴 느낌

아낄 나이가 아니다

조용한 3류 2015. 2. 11. 12:16




가뜩이나 노후 불안으로 걱정하는 이 세상에

아낄 나이가 아니라니...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초등 5년 때 형이 만년필을 부탁했다.

촉이 14K도 아닌 18K인 플래티늄(?)...

그런데 그만 유품이 돼버렸다.

그 바람에 애지중지하다가

40년도 더 지났다.


아침 잠자리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다가

성경 필사할 생각이 떠올랐다.

믿은 지 한 달 넘었나

성경도 두 번째 일독을 하고

필사까지 생각을 하다니

이러다 성령이라도 임하면

그 다음날 훌훌 털고 집을 떠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도 했다.


근데

그래서

그 소중한 형의 유품에 잉크를 넣기 위해

만년필을 열었는데

잉크 주입 부분인 고무가 좀 이상해 보이는 거다

마치 메마른 고목 같은 느낌...


나의 단점 중에 하나가

정말 단점 중에 하나가

얼핏, 하지만 분명히 떠오른 느낌을 무시하고 내지르는 거다

뭐 술값 같은 경우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이번에도 그 단점이 발동하여

그 고무를 눌렀는데

아뿔사!!!

다 부서져 버렸다.

아! 산산이 흩어진 내 마음이여...

내 인생의 8할인

형의 유품인데...


유행 지난 정장을 보며

이럴 줄 알았으면

동네 산보할 때 입을 걸...

이런 건 아껴도 똥도 안 된다.


그러니

미혼남녀들이여

신체 부위가 싱싱할 때

결혼을 할지어다

나는 내 배가 쭈글거릴 줄

그리고 그게 그럴 줄(*)

몰랐느니...


아끼는 것도

언젠가는 

잘 쓰고자 함일진대...




(*) 허리가 아플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