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아낄 나이가 아니다 본문
가뜩이나 노후 불안으로 걱정하는 이 세상에
아낄 나이가 아니라니...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초등 5년 때 형이 만년필을 부탁했다.
촉이 14K도 아닌 18K인 플래티늄(?)...
그런데 그만 유품이 돼버렸다.
그 바람에 애지중지하다가
40년도 더 지났다.
아침 잠자리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다가
성경 필사할 생각이 떠올랐다.
믿은 지 한 달 넘었나
성경도 두 번째 일독을 하고
필사까지 생각을 하다니
이러다 성령이라도 임하면
그 다음날 훌훌 털고 집을 떠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도 했다.
근데
그래서
그 소중한 형의 유품에 잉크를 넣기 위해
만년필을 열었는데
잉크 주입 부분인 고무가 좀 이상해 보이는 거다
마치 메마른 고목 같은 느낌...
나의 단점 중에 하나가
정말 단점 중에 하나가
얼핏, 하지만 분명히 떠오른 느낌을 무시하고 내지르는 거다
뭐 술값 같은 경우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이번에도 그 단점이 발동하여
그 고무를 눌렀는데
아뿔사!!!
다 부서져 버렸다.
아! 산산이 흩어진 내 마음이여...
내 인생의 8할인
형의 유품인데...
유행 지난 정장을 보며
이럴 줄 알았으면
동네 산보할 때 입을 걸...
이런 건 아껴도 똥도 안 된다.
그러니
미혼남녀들이여
신체 부위가 싱싱할 때
결혼을 할지어다
나는 내 배가 쭈글거릴 줄
그리고 그게 그럴 줄(*)
몰랐느니...
아끼는 것도
언젠가는
잘 쓰고자 함일진대...
(*) 허리가 아플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