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성경 읽는 재미 (2) - 여러 번역본 본문
내가 믿음이 부족한 탓인지 잠언이 퍽이나 지루하다.
법구경이 떠오르고, 고전의 한자 성구가 떠오르지만
인류의 위대한 성자들이 등장했던 시절보다 500여 년 앞섰음을 또한 떠올려본다.
이런 상태에서 그냥 읽어나가면
아무런 감흥 없이 스쳐가는 풍경 같아
아무런 기억도 남지 않는 법.
그래도 구원군을 만난다.
그 중 하나. 잠언 20장 16절.
처음엔 그냥 읽고 넘어갔는데 비슷한 구절이 또 나온다. 잠언 27장 13절.
비교해보니 똑같다.
타인을 위하여 보증 선 자의 옷을 취하라 외인들을 위하여 보증 선 자는 그의 몸을 볼모 잡을지니라 (잠20:16, 잠27:13)
영어로 봐도 똑같은지 NIV로 본다.
Take the garment of one who puts up security for a stranger; hold it in pledge if he does it for a wayward woman. (NIV)
근데 가만있자... 한, 영이 좀 다른 거 같다.
볼모란 말이 없는 것 같고, 외인 대신 '다루기 힘든 여자'가 등장한다. 또 ";" 기호라면 부연 설명 아닌가?
어허...
그렇게 감명 깊은 성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러 판본을 살펴보게 된다. (Holly Bible 참조)
타인을 위하여 보증이 된 자의 옷을 취하라 외인들의 보증이 된 자는 그 몸을 볼모잡힐찌니라 (개역한글)
남의 보증을 선 사람은 자기의 옷을 잡혀야 하고, 모르는 사람의 보증을 선 사람은 자기의 몸을 잡혀야 한다. (새번역)
낯선 사람의 보증을 서는 자에게는 그의 옷을 담보로 잡고 외국인의 보증을 서는 자에게는 그의 몸을 담보로 잡아라. (현대인)
한글 성경들은 다 비슷한 내용이다. 다만 공동번역을 빼고는. (여기서 '비슷하다'는 이제 5개월된 신자 수준에서임.)
나그네가 옷을 담보로 잡히거든 잡아두어라. 나그네니 딱하더라도 잡아두어라. (공동번역)
영어성경 KJV는 NIV와 비슷하다.
Take his garment that is surety for a stranger: and take a pledge of him for a strange woman. (KJV)
한글 vs. 영어, 가 되려나? 공동번역은 '여인'이 없어 그렇지 의미상으론 영어와 가깝지 않은가?
하나 남아 있는 NASB를 본다.
Take his garment when he becomes surety for a stranger; And for foreigners, hold him in pledge. (NASB)
오! NASB는 한글과 같다. 분명하다.
잠시나마 한글에 두었던 "의혹의 눈"에 대해 통렬히 자성한다.^^
덕분에 지루했던 "잠언 읽기"의 분위기도 바뀌었고 그림 하나도 찾는다.
NIV가 의역이라면 NASB는 단어 그대로 직역했다고 하겠다.
전체 맥락을 중시하는 나는 NIV가 좋지만 고지식한 나는 NASB도 좋다. (뭐냐, 너의 정체는?)
소감
- 성경을 읽다가 무슨 얘기인지 모를 때
1) 주석서를 찾는다. 인터넷을 뒤진다.
>> 좋다. 허나 매번 그러긴 힘들다. 그렇게 읽다가는 1년에 1독도 힘들고, 신약으로 넘어갈 때에는 구약은 하얗게 되어 있으리라.
2) 성경책 하단에 있는 주석 정도만 참고한다.
>> 좋다. 그런데 꼭 필요한 건 왜 없는지...
3) 영어 성경을 참고한다.
>> 좋다. 한 화면에 같이 놓고 보면 비교하기도 좋다. 영어 공부가 목적이 아니고 성경 공부가 목적이기에 그렇게 영어에 집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잘생긴 A의 친구, 하면 누가 잘생겼는지 헷갈리게 된다. NIV엔 쉼표가 많다.
4) 무엇보다도...
흐름을 잃어도 재미없고, 얼핏 보기만 하면 남는 게 없다.
70% 정도 알 때에 그 책이 재미있다고 했다. (근거는 못 찾겠음.^^)
좀 알 때까지는 그냥 공부해야 한다. (이건 지식의 장르를 떠나 평범한 두뇌에겐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어쨌거나 3번째 읽기를 참, 잘했구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