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성경 읽는 재미 (4) - 여호야김, 시드기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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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읽는 재미 (4) - 여호야김, 시드기야?

조용한 3류 2015. 6. 6. 17:19
예레미야 27장을 읽고 있었다.


1 유다의 왕 요시야의 아들 여호야김이 다스리기 시작할 때에 여호와께서 말씀으로 예레미야에게 임하시니라

2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내게 말씀하시되 너는 줄과 멍에를 만들어 네 목에 걸고

3 유다의 왕 시드기야를 보러 예루살렘에 온 사신들의 손에도 그것을 주어 에돔의 왕과 모압의 왕과 암몬 자손의 왕과 두로의 왕과 시돈의 왕에게 보내며 (렘27:1-3)


3절에서 한 번 걸리더니 읽어 내려갈수록 계속 걸린다. 문맥상 1절 여호야김이 이상하다. 시드기야인 것 같다.

시드기야가 누군가? 여호야김이 11년 왕위에 있다가 바벨론으로 끌려간 후에 아들 여호야긴이 왕위를 이었다가 3개월 만에 다시 바벨론에 의해 숙부인 시드기야가 왕이 되질 않았던가?

혹시 하고 다른 판본들을 찾아본다. 개역한글은 여호야김, 그런데 공동번역, 새번역, 현대인의 성경에서는 시드기야 그리고 NIV, NASB에서도 시드기야이다. 음...

그런데... 그런데 KJV에 여호야김이 아닌가? 아니, 이게 뭔가?

그래서 이것저것 좀 뒤졌다.


1  ESV 는 쿨했다. 27:1 여호야김(또는 시드기야)이 다스리기 시작할 때, 주전 597년. (왜? 뭐 또 물을 것 있삼? 그런 느낌?)

2  굿데이성경 주석이 고마웠다.

맛소라 사본과 고대 역본들은 '여호아김'을 '시드기야'로 기록한다. 아마도 필사자의 부주의로 26장의 머리말을 27장 첫머리에 놓음으로써 발생한 실수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 구약성경 시리아 역본 역시 '시드기야'라고 되어 있으며 헬라어 역본에는 이 구절 전체가 빠져 있다. 이것은 예레미야서 필사본들 중 초기의 필사본들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음을 암시한다. 그러한 까닭에 헬라어 번역자들은 이 구절을 전혀 해독할 수 없는 나머지 이 구절 전체를 빠뜨린 것 같다. 결국 본절의 여호야김은 시드기야를 잘못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뉴굿데이 성경, 생명의 말씀사)

3  그런데 알고 보니 성경 밑에 기본 주석으로 써 있더라. 1) 시드기야 본장 3, 12, 20; 28:1 비교.
내가 때론 인터넷으로 보다 보니 못 봤던 것, 그리고 아예 성경 하단 주석(아주 작은 글자들)을 볼 생각도 안 했던 것.



소감 몇 가지.

그래도 흐뭇하다. 졸면서 보지 않은 셈이다. 헬라어 번역자들은 고민 끝에 아예 빼버렸다고 하지 않는가?

ii  이렇게 씌어 있는 것도 다 하나님의 뜻이야, 하고 머리를 과하게 굴리지 않은 건 다행이다.

iii 여호야김을 시드기야로 바꾼 번역본들도 괜찮지만 개역개정이 더 마음에 간다. 비록 오류라고 생각이 되어도 그대로 두고 주석으로 처리한 게. 진지하고 차분하게. 그게 종교에서 가장 필요한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