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안녕... YS. 본문
[ 81년? 82년? 종로서적에 들렀을 때 YS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번역한 책이었다.
그땐 본인의 글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그런 시절이었다.
...
어쩌다 운수 나쁜 날이면,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 하는 사람과 만날 때가 있다. 그래야 세상이 안정된다고...
그러면 난, 그날 따라 인류애가 가슴에 충만하면, 그렇게 말해 준다.
당신이라고 만날 광주 밖에서, 삼청교육대 밖에서 살 수 있겠냐고.]
내가 그를 TV에서 처음 본 게 76년 중2 때였던가...
중도통합론으로 신민당 대표가 된 이철승씨의 말을
아예 듣기 싫다는 듯 눈을 감은 채 회의 자리에 앉아 있던 그.
"3당 통합에 참여했는데도 좋단 말이야?"
정치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던 그 녀석이
나를 힐난하며 물었던 말이다.
도덕성을 얘기할 때면 "3당 통합".
능력을 얘기할 때면 "IMF".
심지어 23일 단식조차도
그의 입가에 묻어 있는 빵 부스러기를 보았다는 사람이 있다는
그것도 명망 있던 어느 재야인사라는...
그런데도
그에 대한 호감은 쉬이 바뀌지 않았다.
짜장, 하다가 그냥, 갑자기, 짬뽕으로 바꾸는 게
지루한 논리 끝에 결국은 짬뽕으로 바꾸는 것보다
솔직, 진심, 뭐 그런 단어와 가깝다고 여긴 걸까...
별로 새로울 거 없는 기사를 보면서
저평가에서 재평가로 바뀐다는 기사들을 보면서
또... 보면서
그렇게 며칠을 나름 애도하고 있다.
마침 형의 묘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될 것 같으니
내년 이맘 때쯤 그곳에서 그를 떠올리며
괜히 떨어지는 낙엽을 탓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이승에서 참, 욕 많이 보셨습니다.
안녕. 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