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안녕... YS. 본문

세상/긴 느낌

안녕... YS.

조용한 3류 2015. 11. 24. 22:43

 

 

 

 

 

[ 81년? 82년?  종로서적에 들렀을 때 YS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번역한 책이었다. 

그땐 본인의 글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그런 시절이었다. 

...

어쩌다 운수 나쁜 날이면,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 하는 사람과 만날 때가 있다.  그래야 세상이 안정된다고...

그러면 난, 그날 따라 인류애가 가슴에 충만하면, 그렇게 말해 준다.

당신이라고 만날 광주 밖에서, 삼청교육대 밖에서 살 수 있겠냐고.]   

 

 

 

 

 

내가 그를 TV에서 처음 본 게 76년 중2 때였던가...

중도통합론으로 신민당 대표가 된 이철승씨의 말을

아예 듣기 싫다는 듯 눈을 감은 채 회의 자리에 앉아 있던 그.

 

"3당 통합에 참여했는데도 좋단 말이야?"

정치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던 그 녀석이

나를 힐난하며 물었던 말이다.

 

도덕성을 얘기할 때면 "3당 통합".

능력을 얘기할 때면 "IMF".

심지어 23일 단식조차도

그의 입가에 묻어 있는 빵 부스러기를 보았다는 사람이 있다는

그것도 명망 있던 어느 재야인사라는...

그런데도

그에 대한 호감은 쉬이 바뀌지 않았다.

 

짜장, 하다가 그냥, 갑자기, 짬뽕으로 바꾸는 게

지루한 논리 끝에 결국은 짬뽕으로 바꾸는 것보다

솔직, 진심, 뭐 그런 단어와 가깝다고 여긴 걸까...

 

별로 새로울 거 없는 기사를 보면서

저평가에서 재평가로 바뀐다는 기사들을 보면서

또... 보면서

그렇게 며칠을 나름 애도하고 있다.

 

마침 형의 묘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될 것 같으니

내년 이맘 때쯤 그곳에서 그를 떠올리며

괜히 떨어지는 낙엽을 탓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이승에서 참, 욕 많이 보셨습니다.

안녕. 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