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노인이 된다는 것 본문
40대였을 거다. 여인이 물었다.
"택시 타는 데가 어디에요?"
"이리로 나가서..."
부동산 사무실 앞에 서있던 남자가 손으로 가리켰다.
그런데 60대로 보이는 남자는 말을 맺지 않았다.
"어디로 가려는데요?"
"분당인데요."
"그럼 지하철을 타고 판교역으로 가요."
"판교역에 내려서 더 가야 해요. 택시는 어디서..."
"분당 어딘데요?"
"롯데백화점이요."
"롯데백화점? 그럼 수내역이네. 판교역에서 수내역 가는 건 많을 텐데..."
"제가 급해요. 택시 어디서 타요?"
"지하철이 빨라요. 좀 걸어서 바꿔타고 하면 될 텐데..."
"아저씨, 제가 몸이 힘들어요. 어디서 택시 타냐구요!"
60대 사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리로 나가서 오른편에서 잡으면 되요."
뭐가 그리 안타까운지 노인은 걸어가는 여인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