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어머니의 죽음 본문
벌써 4일 전이다.
어제 유골함을 안고 미타원 계단을 올랐다.
드문 추위라고 했다는데
춥다기보다는 허벅지가 팍팍했다.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에 꿈을 꿨었다.
더러운 물에 떠내려 가는 어머니를 꽉 안았다.
한 치의 미끄러짐도, 한 치의 놓침도 없이 완전하게 안았는데...
여태 어머니 꿈을 꾼 적이 없는 아들의 꿈이 맞을 리 없나보다.
인터넷엔 효자들의 소감도 많던데 나는...
그냥 복잡다단한 것 같은 감정들이 끊임없이 밀려온다.
무척 애뜻한 모자 간이었고, 애증도 많았고,
어머니는 내 힘으로는 뺄 수 없는 내 몸의 큰 가시였다.
솔직히, 자식 보낼 때가 훨씬 더 괴로왔다.
임종, 안치, 입관.
어머니를 볼 때면, 아버지가, 그리고 딸 아이가 겹쳐 떠올랐다.
화요일부터 변화한 상태는
서둘러 목요일 저녁에 일을 끝냈다.
나는 어머니 이마를 쓸어드렸다.
그냥 누우신 모습이었다.
아버지도, 딸아이도 그랬는데
그걸 사람들은 평온이라 부르는가?
아이가 태어난 이후 유지된
22와 1/2 년의 비상대기상태가 해제된 느낌이다.
그러니 이 헛헛함을
장바구니 들고 저녁 언덕을 내려오시던 모습을 떠올리고
아픈 아이 키우느라 힘들었을 아들 부부를 괴롭히던 모습도 떠올리고... 그러련다.
있는 그대로 떠올림이 가장 올바른 것이라 믿기에.
엄마. 이제 형님 만나서 평안하세요.
- 아직 이승에 남아 있는 작은 아들.
[ 성남 화장장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