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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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명이 사흘간 못찾은 두살배기, 78세 노인이 30분만에 찾아내
동아일보 | 서영아 특파원 입력 2018-08-17 03:00수정 2018-08-17 09:05
기사원문 http://news.donga.com/3/all/20180817/91547912/1
日 실종아동 68시간만에 구조
“할부지, 나 여기….”
15일 아침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스오오시마(周防大島)정의 야산 골짜기에서 두 살배기 후지모토 요시키 군이 실종 68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발견됐다.
아이는 가족과 함께 할아버지 집에 놀러왔다가 12일 오전 10시 반경 집 주변에서 실종됐다. 할아버지, 형과 함께 바닷가로 가다가 집에 돌아가겠다고 칭얼대자 할아버지가 아이를 혼자 돌려보낸 것. 할아버지는 아이가 집이 보이는 지점까지 가는 것을 지켜본 뒤 가던 길을 갔는데 아이는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뒤쫓아 온 엄마도 아이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온 마을 사람이 총동원된 수색전이 펼쳐졌다. 경찰과 소방대원 550여 명이 마을과 인근 야산을 샅샅이 뒤졌지만 허사였다. 14일에는 엄마가 나서 마을의 비상용 확성기를 이용해 “요시키, 어딨니? 엄마가 보고 싶다”고 종일 외쳤다. 두 살배기가 만 3일 밤낮을 혼자 무사히 보냈을 거라고 보기는 힘든 상황. 시간이 흐를수록 희망의 불씨는 꺼져가는 듯했다.
이런 상황에서 15일 이른 아침 오바타 하루오(尾(전,창)春夫·78) 씨가 아이를 안고 산을 내려왔다. 전날 자동차로 4시간 걸리는 규슈 오이타(大分)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다. 그는 이날 오전 6시 인적이 없는 산길로 들어가 불과 30분 만에 실종 어린이를 찾아냈다. 그가 아이 이름을 부르며 산을 올라가자 한구석에서 “나 여기 있어”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아이는 집에서 560여 m 떨어진 숲속 골짜기의 개울가 바위에 앉아 있었다.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이에게 다가가 ‘애썼다’며 배낭에서 사탕을 꺼냈더니 아이가 봉지째 채 가더군요. 사탕을 까서 입에 넣어주니 와삭와삭 씹어 먹었어요. ‘아, 괜찮구나’라고 생각했죠.”
골든타임 72시간의 코앞에서 기적의 생환을 한 아이는 약간의 탈수 증세를 빼면 대체로 건강했다. 모두가 하루만 늦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기자들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오바타 씨는 “사람의 생명만큼 무거운 건 없다. 작은 생명이 구해졌다고 생각하니 그저 기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6년 오이타에서 행방불명된 2세 여자아이를 수색하는 데 참가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산을 올라가는 습성이 있다’고 보고 집 주변 산길로 올라간 그의 ‘감(感)’이 주효했다.
오바타 씨는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며 땀 흘리는 자원봉사자다. 규슈 벳푸(別府)에서 생선가게를 하다가 “은퇴 후에는 세상에 대한 고마움을 갚으며 살겠다”면서 65세가 된 생일날 가게를 접고 자원봉사의 길로 나섰다. 전국 각지의 활동에 참가해 매스컴에도 여러 차례 오르내렸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땐 피해 현장에서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던 앨범 등을 찾아 모으는 ‘추억 찾기 부대’의 대장을 맡아 500여 일간 자원봉사를 했다. 2016년 구마모토(熊本) 대지진, 최근의 서일본 폭우피해 현장에도 달려갔다. 이번에도 후지모토 군 실종 소식을 매일 확인하며 안절부절못하다가 14일 차를 끌고 출발했다.
낡은 경차에 침낭과 식량을 싣고 다니며 절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후지모토 군 가족이 비에 푹 젖은 그에게 집에 들어가 목욕과 식사를 할 것을 권했지만 손을 내저으며 “물만 얻어 마시겠다”고 했다. “비가 오니 이거라도 가져가시라”며 비닐우산을 내밀었지만 “비 맞는 걸 좋아한다”며 등을 돌렸다.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아이 할아버지에게 그는 “건강하게 잘 키워 달라. 아이들에겐 그저 칭찬이 제일”이란 말을 남겼다.
이날 야마구치현 경찰은 그에게 “헌신적인 노력에 감사드린다”며 급히 감사장을 만들어 전달했다. 오후 6시 반에야 15시간 만에 식사할 겨를이 생긴 그는 제방에 앉아 물에 만 즉석밥에 채소절임을 얹어 먹은 뒤 곧바로 차를 몰고 오이타로 돌아갔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