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김다현, 인연이라 슬펐노라 본문
서럽기도 해요, 겨울밤 너무 길어서
그립기도 해요, 눈꽃이 너와 닮아서
눈 감는 순간, 잊을 수 없을 거예요
돌고 도는 인생, 언젠가 스칠 테니까
내 가슴 도려내듯 뒤돌아 가나요
이제는 난 아닌가요
살아서는 내 것이 아닌, 무로 돌아갈 인생
가지말라고 떠나지말라고, 부질없는 그 바램
겨울이 봄이 되듯 되돌아 오나요
여기서 난 기다려요
무지렁이 한 세상 살다, 우연히 누린 행복
어여 가라고, 이젠 괜찮다고
행복했어 충분히
목 놓아 울던 모습 이제 잊어요
정처 없는 삶의 끝에 만날 테니까
살아서는 내 것이 아닌, 무로 돌아갈 인생
가지말라고 떠나지말라고, 부질없는 그 바램
아비가 자식을 먼저 보냈다.
긴 겨울밤, 더 서럽고 더 그립다.
마지막 헤어지던 순간이 떠오른다.
아비는 떠나지 말라고 한다.
이 겨울이 끝나고 봄만 홀로 돌아와도
아비는 기다릴 거라고 한다.
그러다 이내 부질없다는 걸 안다.
너를 자식으로 만난 게 내겐 과한 행복이었다고
아비가 울던 모습은 이제 잊어버리라고
길고 긴 여행이 끝날 때 다시 만날 거라고...
아비는 그렇게
자식을 먼저 보낸다.
이런 느낌으로 듣고 있으려니
하필이면 절정인 '우연히 누린 행복'에서 음이 벗어난다.
슬픔에 겨워 울먹이는 듯하다.
아비에겐, 위로하는 절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