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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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생의 끝

김다현, 인연이라 슬펐노라

조용한 3류 2021. 2. 26. 23:49

 

 

서럽기도 해요,  겨울밤 너무 길어서
그립기도 해요,  눈꽃이 너와 닮아서

눈 감는 순간,  잊을 수 없을 거예요
돌고 도는 인생,  언젠가 스칠 테니까

내 가슴 도려내듯 뒤돌아 가나요
이제는 난 아닌가요

살아서는 내 것이 아닌,  무로 돌아갈 인생
가지말라고 떠나지말라고,  부질없는 그 바램

겨울이 봄이 되듯 되돌아 오나요
여기서 난 기다려요

 

무지렁이 한 세상 살다,  우연히 누린 행복
어여 가라고,  이젠 괜찮다고 
행복했어 충분히

목 놓아 울던 모습 이제 잊어요
정처 없는 삶의 끝에 만날 테니까

살아서는 내 것이 아닌,  무로 돌아갈 인생
가지말라고 떠나지말라고,  부질없는 그 바램


아비가 자식을 먼저 보냈다.
긴 겨울밤, 더 서럽고 더 그립다.
마지막 헤어지던 순간이 떠오른다.

아비는 떠나지 말라고 한다. 
이 겨울이 끝나고 봄만 홀로 돌아와도
아비는 기다릴 거라고 한다.  
그러다 이내 부질없다는 걸 안다.

너를 자식으로 만난 게 내겐 과한 행복이었다고
아비가 울던 모습은 이제 잊어버리라고
길고 긴 여행이 끝날 때 다시 만날 거라고...
아비는 그렇게
자식을 먼저 보낸다.


이런 느낌으로 듣고 있으려니
하필이면 절정인 '우연히 누린 행복'에서 음이 벗어난다.
슬픔에 겨워 울먹이는 듯하다.
아비에겐, 위로하는 절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