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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 참형 흔적 그대로…천주교 첫 순교자 유골 230년만에 발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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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 참형 흔적 그대로…천주교 첫 순교자 유골 230년만에 발굴

조용한 3류 2021. 9. 2. 12:34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1/09/845849/#reple

 

참형 흔적 그대로…천주교 첫 순교자 유골 230년만에 발굴

전북 완주 초남이 성지 인근 복자 윤지충·권상연·윤지헌 무덤속 사발에 이름 나와 후손들 유전자 대조로 확인 날카로운 도구로 절단된 흔적 신해·신유박해때 참수·능지처사 전주교구장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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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 초남이 성지 인근

복자 윤지충·권상연·윤지헌
무덤속 사발에 이름 나와
후손들 유전자 대조로 확인

날카로운 도구로 절단된 흔적
신해·신유박해때 참수·능지처사

전주교구장 "기념비적 사건"


허연 기자입력 : 2021.09.01 17:13:48   수정 : 2021.09.01 19:41:43 | 매일경제

 

1791년 신해박해 때 처형된 한국 가톨릭 최초 순교자 윤지충과 권상연의 유해가 230년 만에 발견됐다. 윤지충 유골의 다섯 번째 목뼈에 참수형 흔적이 남은 모습. [사진 제공 = 천주교 전주교구]


한국 천주교 첫 순교자들인 윤지충 권상연 윤지헌 복자 등 3인의 유골이 230년 만에 발견됐다.

천주교 전주교구는 1일 '호남의 사도 유항검관' 4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해박해(1791년) 때 순교한 윤지충 바오로(32·순교 당시 나이), 권상연 야고보(40)의 유골과 신유박해(1801년) 때 순교한 윤지헌 프란치스코 (37) 등 복자 3인의 유골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주교구는 또 "올해 3월 초남이 성지 성역화 작업을 하던 중 유해와 유물이 출토됐다"며 "유물을 연구하고, 유해를 면밀하게 검사한 결과 세 복자의 유해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순교자들 유해는 전라북도 완주군 이서면 초남이 성지 부근에서 발견됐다. 바우배기라고 불리는 이 지역은 신유박해 때 처형된 유항검 부부 묘소가 1914년 전주 치명자산으로 이전되기 전까지 있던 곳으로 순교자들 유골이 묻혀 있다는 풍문이 전해 내려오던 장소다.

발굴 조사에서 나온 유골은 봉분에서 발견된 백지사발 지석(誌石)에 적힌 인적사항 판독,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 등을 통해 복자들 것임이 1차로 확인됐다. 이후 윤지충 복자의 유골과 해남윤씨 친족 남성 6명을 대조한 Y염색체 부계확인검사(Y-STR) 결과 양쪽 유전정보가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권상연 복자의 경우도 안동권씨 후손들과 혈연관계가 성립됨을 확인했다.

감식 결과 복자들 유해에서는 참형의 흔적도 그대로 발견됐다. 윤지충 복자의 다섯 번째 목뼈에서 날카로운 도구로 절단했을 때 나타나는 '예기 손상'이 확인됐다. 능지처사를 당한 윤지헌 복자의 유골에서는 둘째 목뼈와 양쪽 위팔뼈, 왼쪽 넙다리뼈(대퇴골)에서 손상이 관찰됐다.

발굴은 호남교회사연구소, 전북대학교 고고인류문화학과,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는 담화문에서 "유해 발견은 실로 놀라운 기념비적 사건"이라며 "순교자들 피를 밑거름으로 삼아 성장해온 우리 교회가 순교역사에서 첫 자리를 차지하는 분들 유해를 비로소 찾았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김 주교는 또 "이를 섭리하신 하느님께 깊은 감사와 찬미, 영광을 드리며 이루 말할 수 없는 벅찬 감동과 기쁨을 교우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윤지충 복자는 공재 윤두서의 증손자로 1759년 진산(현 충청남도 금산군)에서 출생했으며 실학자 정약용과 외사촌 간이다. 1783년 서울 명례방(현 명동) 김범우의 집에서 정약용의 가르침을 받고 가톨릭에 입교해 세례를 받았다. 1789년 중국 베이징에 가서 견진성사를 받고 귀국했다. 1791년(정조 15년) 어머니 권씨가 죽자 위패를 폐하여 불태우고 제사를 지내지 않은 것이 알려지면서 사촌 권상연과 함께 체포됐다. 이른바 '진산사건'이다.

그는 전주감영으로 끌려가 국문을 받았으나 끝내 자신의 과오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해 12월 8일 전주 풍남문 밖 형상에서 불효 불충 악덕 죄로 참수됨으로써 한국 천주교 사상 최초 순교자가 됐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권상연 윤지헌 등과 함께 복자품을 받았다.

권상연 복자는 일찍부터 외사촌 동생인 윤지충과 함께 천주교를 신봉했다. 1791년 모친상을 당했을 때 신주를 불사르고 천주교식으로 제례를 행한 사실이 알려져 윤지충과 함께 사형당했다. 윤지헌 복자는 윤지충의 동생으로 신해박해 때 형이 순교하자 전라도 고산(현 완주군)으로 이주했다. 1795년 고산을 방문한 주문모 신부에게 성사를 받았다. 1801년(순조 1년) 신유박해가 일어나면서 유항검을 비롯한 동료들과 함께 체포되어 능지처사 형을 받았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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