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스크루테이프의 편지(C. S. 루이스 | 김선형, 홍성사) 본문

하늘/책

*스크루테이프의 편지(C. S. 루이스 | 김선형, 홍성사)

조용한 3류 2021. 9. 23. 12:50

1) 악마(지옥심연숭고부 차관) 스크루테이프가 조카(신참 악마)한테 보낸 31통의 편지들

2) 환자: 각 악마들이 담당한 사람

3) 원수(악마의 입장에서 본): 그리스도

 

 

 

1

- 이제 사람들은 눈앞에 펼쳐지는 친숙한 일상에 눈이 팔려, 생소하기만 한 미지의 존재는 믿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그러니 계속해서 사물의 일상성을 환자한테 주입해야 해. (19쪽)

- 어쩌다 주워들은 이야기나 이런저런 쪼가리 독서에서 얻은 것들이야말로 이른바 '현대과학의 부단한 탐구가 성취한 결실'이라고 믿게 만들거라. (19쪽)

 

5

- 원수 편에 속한 일당들은 고난이 이른바 '구원'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원수에게 똑똑히 들어 알고 있거든. 그러니 전쟁이나 전염병 따위에 무너지는 믿음이라면 애당초 무너뜨리려고 수고할 가치조차 없다. (41쪽)

 

6

- 물론 내가 말하는 의지란 환자가 오해하는 것처럼 이런저런 결심을 해놓고 이를 악물고 콧김을 뿜어가며 안달복달 애쓰는 게 아니라, 원수가 '마음'이라고 부르는 진짜 중심을 가리킨다. (46쪽)

 

7

- 사람들이 싫어하고 무시하는 일로 뭉친 소집단은 내적으로는 서로 찬사를 주고 받는 온실 관계를 발전시키는 반면, 외부세계에 대해서는 엄청난 교만과 증오를 키워 나가게 되지. 그들이 뻔뻔스럽게 이것을 즐기는 이유인즉슨, 자신들의 배후에 '대의'가 버티고 있으며 이 대의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선다는 게야. 애초에 원수를 위해 모인 소집단들이라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49쪽)

 

12

- 사실 가장 안전한 지옥행 길은 한 걸음 한 걸음 가게 되어 있다. 그것은 경사도 원만하고 걷기도 쉬운데다가, 갈랫길도, 이정표도, 표지판도 없는 길이지. (76쪽)

 

13

- 원수는 인간이 온전히 그의 것이 될 때, 그 어느 때보다 더 진정한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불행히도 이건 원수의 진심이지). (79쪽)

- 상상과 감정이 아무리 경건해도 의지와 연결되지 않는 한 해로울 게 없다. (81쪽)

 

14

- 이건 최고로 불쾌하고 납득할 수 없는 원수의 특징 때문인데, 우리가 절대 잊으면 안 될 그 특징이란 바로 그 작자가 자신이 창조해낸 저 털 없는 두발 짐승들을 진짜로 사랑한다는 것, 그래서 왼손으로 가져간 것이 있으면 항상 오른손으로 돌려준다는 것이다. (85쪽)

 

15

- 원수의 이상형은 하루종일 후손의 행복을 위해 일한 다음(그 일이 자기 소명이라면), 그 일에 관한 생각을 깨끗이 털고 결과를 하늘에 맡긴 채 그 순간에 필요한 인내와 감사의 마음으로 즉시 복귀하는 인간이다. (91쪽)

 

17

- 노인네는 그 옛날을 "좋은 하인들을 구할 수 있었던 시절"이라고 묘사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감각이 지금처럼 까다롭지 않았고 다른 것에서 얻는 쾌락들도 많아서 식탁의 쾌락에 이 정도까지 매달리지 않았던 시절'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지. (101쪽)

 

19번째, 23번째 편지

 

23

- 초창기에 회심한 인간들은 단 하나의 역사적 사실(부활)단 하나의 신학적 교리(구속)만으로 회심했다. (135쪽)

- 우리가 바라는 바, 정말 간절히 바라는 바는 인간들이 기독교를 수단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출세수단으로 이용한다면야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라도 - 하다못해 사회 정의를 위한 수단으로라도 - 삼게 해야지. 이 경우, '사회 정의는 원수가 요구하는 것이므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일단 믿게 한 후, '기독교는 그 사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므로 가치 있다'고 믿는 단계까지 밀어붙여야 한다.  (136쪽)

- 기독교가 진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이유 때문에 믿으라는 것, 이게 바로 우리 수법이야. (137쪽)

 

28

- 물론 인간들은 죽음을 최악으로, 그리고 생존을 최선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163쪽)

 

29

- 따라서 환자들에게 비겁함을 유발하려 할 때 경계해야 할 점은,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이 참으로 자신을 알게 되고 혐오하게 됨으로써 결국 회개와 겸손으로 돌아서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170쪽)

- 위험에 굴복하는 순결이나 정직이나 자비는 조건부의 순결이나 정직이나 자비에 불과해. 빌라도도 위기가 닥치기 전까지는 자비로운 인간이었지. (171쪽)

 

30

- 네가 손만 잘 쓴다면 환자 역시 인간의 내장이 튀어나온 걸 보고 느끼는 감정은 '실제'의 계시로 여기면서도, 행복한 아이들이나 맑은 날씨 앞에서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감상으로 치부하는 데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될 게야. (179쪽)

 


노화로 작업기억 용량인 준 탓인지 바로바로 이해가 안 간다. 몇 년 후에 한 번 더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