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퍼옴] '꽃을 보니 죽은 딸이 생각나서(見花憶亡女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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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니 죽은 딸이 생각나서(見花憶亡女書)'
中女我所憐 六歳自抱持
懐中看哺果 膝上教誦詩
晨起学姉粧 鏡台強臨窺
稍知愛羅綺 家貧未能為
嗟我久失意 雨雪走路岐
暮帰見歓迎 憂懐毎成怡
둘째 딸이 하도 귀여워서 / 여섯 살이 되었어도 안아주었다.
품에 안고 과자 먹는 것을 바라보았고 / 무릎에 앉혀놓고 시 낭송을 가르쳤다.
아침에 일어나선 언니의 화장을 흉내내느라 / 떼를 쓰며 경대 앞으로 가 들여다 보았다.
예쁜 비단옷 좋아하는 줄 알면서도 / 집안이 가난하여 지어주지 못했었지.
안타깝게도 나는 실의한 지 오래라 / 눈과 비를 맞으며 갈림을 헤매고 있었었지.
저녁에 귀가하여 반갑게 맞는 둘째를 보면 / 그때마다 내 근심 걱정은 기쁨으로 바뀌었다.
如何属疾朝 復値事変時
聞驚遽沈殞 薬餌不得施
倉皇具薄棺 哭送向遠陂
茫茫已難尋 惻惻猶苦悲
모질게도 둘째가 몹쓸 병에 걸렸는데 / 때마침 다시금 사변이 일어났던 때였으니
난리통에 놀라 갑자기 숨을 거두어 / 약과 음식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였다.
황급히 보잘것 없는 관이나마 마련해서 / 통곡 속에 멀리 산비탈에 묻고 말았을 뿐.
망망한 천지에서 그 애의 영혼 찾을 수 없고 / 생각할수록 가엾어 계속 가슴이 쓰라리다.
却思去年春 花開旧園池
牽我樹下行 令我折好枝
今年花復開 客居遠江湄
家全爾独歿 㸔花淚空垂
一觴不自慰 夕幔風凄其
그런데 지난해 봄을 생각해보면 / 정든 뜰과 연못에 꽃이 만발했고
둘째는 내 손을 끌어 나무 밑을 거닐며 / 나에게 예쁜 꽃가지를 따달라고 했었다.
금년에도 꽃은 다시 아름답게 피었지만 / 나는 멀리 떨어진 강변에 거처하고 있다.
온 가족 중에 너 혼자 없어 / 꽃을 보아도 공연히 눈물만 흐르네.
한잔 술을 들어도 위로가 되지 않는데 / 황혼녁 장막에 바람 불어 그저 처량하기만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