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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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생의 끝

[퍼옴] '꽃을 보니 죽은 딸이 생각나서(見花憶亡女書)'

조용한 3류 2022. 8. 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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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참조:  https://zh.wikisource.org/wiki/Page:Sibu_Congkan1538-%E9%AB%98%E5%95%9F-%E9%AB%99%E5%A4%AA%E5%8F%B2%E5%A4%A7%E5%85%A8%E9%9B%86-6-2.djvu/118

 

 

'꽃을 보니 죽은 딸이 생각나서(見花憶亡女書)'

中女我所憐  六歳自抱持
懐中看哺果  膝上教誦詩
晨起学姉粧  鏡台強臨窺
稍知愛羅綺  家貧未能為
嗟我久失意  雨雪走路岐
暮帰見歓迎  憂懐毎成怡

 

둘째 딸이 하도 귀여워서  /  여섯 살이 되었어도 안아주었다.
품에 안고 과자 먹는 것을 바라보았고  /  무릎에 앉혀놓고 시 낭송을 가르쳤다.
아침에 일어나선 언니의 화장을 흉내내느라  /  떼를 쓰며 경대 앞으로 가 들여다 보았다. 
예쁜 비단옷 좋아하는 줄 알면서도  /  집안이 가난하여 지어주지 못했었지.
안타깝게도 나는 실의한 지 오래라  /  눈과 비를 맞으며 갈림을 헤매고 있었었지.
저녁에 귀가하여 반갑게 맞는 둘째를 보면  /  그때마다 내 근심 걱정은 기쁨으로 바뀌었다.

 

如何属疾朝  復値事変時
聞驚遽沈殞  薬餌不得施
倉皇具薄棺  哭送向遠陂

茫茫已難尋  惻惻猶苦悲

 

모질게도 둘째가 몹쓸 병에 걸렸는데  /  때마침 다시금 사변이 일어났던 때였으니
난리통에 놀라 갑자기 숨을 거두어  /  약과 음식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였다.
황급히 보잘것 없는 관이나마 마련해서  /  통곡 속에 멀리 산비탈에 묻고 말았을 뿐.

망망한 천지에서 그 애의 영혼 찾을 수 없고  /  생각할수록 가엾어 계속 가슴이 쓰라리다.

    
却思去年春  花開旧園池

牽我樹下行  令我折好枝
今年花復開  客居遠江湄
家全爾独歿  㸔花淚空垂

一觴不自慰  夕幔風凄其


그런데 지난해 봄을 생각해보면  /  정든 뜰과 연못에 꽃이 만발했고
둘째는 내 손을 끌어 나무 밑을 거닐며  /  나에게 예쁜 꽃가지를 따달라고 했었다.
금년에도 꽃은 다시 아름답게 피었지만  /  나는 멀리 떨어진 강변에 거처하고 있다.
온 가족 중에 너 혼자 없어  /  꽃을 보아도 공연히 눈물만 흐르네.
한잔 술을 들어도 위로가 되지 않는데  /  황혼녁 장막에 바람 불어 그저 처량하기만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