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예전 글 옮김] 금식 이틀째, 어느 평범한 성도의 일기 (그냥 일기임) 본문
예전에 분당우리교회 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 2편만 옮겨옵니다.
날짜 2019-06-18 (아마 외부인들에 의해 게시판이 시끄럽던 와중이었죠?)
금식 이틀째, 어느 평범한 성도의 일기 (그냥 일기임)
밥을 안 먹으니까 시간이 많이 남아. 그건 좋아.
먹는 나도 그런데, 하는 마누라는 오죽할까?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살 수 없을까?
그래도 즐거운 밥 한 끼는 행복인데.
왜 우리는 그 가운데 찾기가 이리 힘들까?
백낙청 교수님이었나?
중도는 220V와 110V의 중간인165V가 아니라고.
그건 아무짝에도 쓸 수 없다고.
(맞는지 모르겠다. 다 금식 탓이야...)
그래, 중간이 아닌 중도야.
근데, 이름을 모자이크 해야 하지 않을까?
대표적 진보 지식인인데?
아냐, 여기 보수 분들이 그런 분들은 아니야.
서로 비아냥거려서는 안 돼. 여긴 교회 게시판이야.
주님이 머리이시고 여긴 몸 된 교회야.
그 말 하고 나니 갑자기 할 말이 사라졌어.
아무리 물고 뜯다가도 '주님' 하면 잠시 멈추는 게,
그게 교회일 거야. 그게 크리스찬일 거야.
나부터 차카게 착하게 살아야지. 선한 사마리아인 만큼은 살아야지.
신의 종교가 인간의 도덕보다 못하다면
무슨 낯으로 내가 믿는 신을 바라볼 수 있겠어?
관심 갖고 게시판을 봐 왔는데 너무 많다.
그런 말 하면서 올리는 나도 나쁜 놈.
다는 못 봐도 몇 개는 찬찬히 보려고 하는데
아, 이 분은 왜 자꾸 올렸던 걸 지우지? 댓글도 날아가잖아?
글이란 게 문자 외에 분위기도 있는 건데.
이 분은 반 년에 한 번씩 들르셔서 시리즈를 올리시는구나.
이 분은 왜 이리 다급하고 공격적일까?
갑자기 떠오르더군. 대학 시절, 학생회관이었을 거야.
왜 그리 독선적이고, 배타적이냐는 물음에
이게 진리인데, 이걸 모르고 있으니, 너무 답답해서 그런다고.
그러던 여학생의 눈에서 얼핏 눈물을 느꼈었지.
그래, 진심이야, 진심. 중요한 건 그거야.
검색해서 본 그가 그인지, 그런 거 다 떨쳐버리고
모든 편견은 버리고
악인도 의인 될 수 있고, 의인도 악인 될 수 있고
모두 돌이키기를 기다리시는 우리 주님을 믿고.
근데 그건 묘하더라.
비슷한 댓글을 단 사람들도 나중에 보면 또 조금씩 달라지는 거야.
100명이면 100명 다 다를지도 몰라.
그런데, 우린 같은 교회잖아. 그래도, 우린 기독교인이잖아.
결국 '끼리' 아니냐고?
아냐. 확인이야. 네가 여기 온 이유가 있을 거 아냐. 그 확인.
그 한 꼭지만 잡아당기면 다 따라 나오는.
그 확인을 끊임없이 해주는 분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
담임목사님.
그리고 그 모든 목자 뒤에 계실 그 분.
악을 미워하고 선을 사랑하고 싶었는데
잘 안돼.
악이 뭐고, 선이 뭐냐, 너는 뭐냐, 너는 아냐... 그런 말이 아니고
자꾸 어느 순간 풀어져. 표현이 안 떠오르는데 자꾸 스르르 풀어져.
예를 하나 들어볼게. '확인'의 예도 돼.
어느 글을 봤지.
"...원수가 아니라. 원수일진대 내가 참았으리라...." 그런 느낌을 주는 글이었어.
20여 년 전의 기억도 나고 너무 마음이 아파 댓글을 쓰고 있는데
이찬수 목사님의 댓글(?)이 오르더라고.
그때 정말 존경하는 마음이 솟아올랐지.
그날 있었던 일들과 이즈음 분위기, 그런 게 함께 확 밀려오면서 말이야.
옆에 계셨으면, 진심 담아서, 두 손 꽉 잡아드렸을 거야. 정말, 꽉.
나라면 위선으로라도 불가능했어.
모든 걸 떠나, 이찬수 목사님... 정말 '좋은 사람'이야.
아부 아냐. 50대 중반에 나중된 자가 아부해서 뭐 하게.
어쨌든 그 글에 그 댓글을 보고, 난 또 스르르 풀어졌지.
바탕화면을 보다 보니 내용이 기억 안 나는 메모장이 있더군.
열어보니, 시였어.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 (M. Niemöller).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가 아니었다.
......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읽으면서 다들 자신이 주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모두가 '주의 뜻'을 말하는데 이렇게 다른 걸 보면
혹시 아무도 주의 뜻을 알지 못하는 건 아닐까?
아냐, 그렇지 않겠지. 그럴 리는 없어. 아냐, 그래서는 절대 안 돼.
"그 때에 너희가 말하되 우리는 주 앞에서 먹고 마셨으며 주는 또한 우리를 길거리에서 가르치셨나이다 하나
*그가 너희에게 말하여 이르되
나는 너희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지 못하노라 행악하는 모든 자들아 나를 떠나 가라 하리라 (눅13:26-27)"
"너희가 오른쪽으로 치우치든지 왼쪽으로 치우치든지
네 뒤에서 말소리가 네 귀에 들려 이르기를
이것이 바른 길이니 너희는 이리로 가라 할 것이며 (사3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