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혹시, 종교가 필요 없다는 젊은 그대에게 본문
50대 이상, 또는 독실한 종교인들께선 보실 필요 없습니다.
제 블로그 방문자 중에 50대 미만은 극히 적다는 걸 잘 알지만
쓰고 싶은 욕구를 누르기 힘들었습니다.
혹시, 종교가 필요 없다는 젊은 그대에게
위 영상을 내가 다니는 교회의 게시판에서 우연히 보았다.
교회?
기독교에 대한 어떤 선입견이 있다면 일단 내려놓으시길.
그냥 종교, 아니 궁극적인 진리에 대한 말만 드릴 테니.
"OOO일병님은 신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까?"
훗날 30대에 요절했던, 장래가 촉망됐던 작가에게 물었던 말이다.
그때는 내 방위 고참이었을 뿐이지만.
그는 옆 변기에 서서 그렇게 대답했었다.
"요샌 종교 없이도 튼튼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튼튼'이었는지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인간적으로, 의식 있게, 세상에 보탬되며... 그런 말이었다.
종교가 없다고 다 '케 세라 세라'이겠는가?
한 발 더 나아가 '케 세라 세라'면 어떤가?
남한테 피해 안 주고 살면 되는 거지.
나는 젊은이들이 그럴 거라고 믿는다.
종교가 아니더라도 많으니까,
사상, 이념, 과학, 운동, 문화, 하다못해 유행 등
내 삶을 이끌어줄 수 있는 것들이 많으니까.
괜찮다.
남한테 피해 안 주고 살면 되는 거지...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그날 저녁을 잊지 못한다.
군대 간 형의 죽음을 알았던, 그 무덥던 여름 저녁.
이 세상은 기껏해야 반쪽이고, 또 다른 반쪽이 있다는 것.
내 50 평생 중 가장 똑똑했던 순간이었다.
내가 최초로 믿은 신들은 그리이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었다.
나는 미션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반감만 잔뜩 키워 나왔고
물리학과를 다니면서 종교학과 과목들을 듣기도 했고
(참고로 '인도종교'에서 A+을 받은 적도 있다.)
명상에 관심이 있었고
적어도 최근 10년 동안은 스스로 불교도라 말했다.
그리고 내 사주를 얼핏 볼 정도의 역학 지식도 있다.
그러다 올해 1월 초에 기독교로 개종을 했다.
왜냐고?
불가항력, 이었다.
그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하나씩 말씀 드리련다.
종교 없이도 살 수 있잖은가?
뭐 인생 별건가? 즐기며 살기도 바쁘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더라.
가까운 이들의 죽음.
믿었던 이들의 배신. (세상에 정이 떨어진다.)
무척 드문 불행.
그리고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놈의 세상 등...
정 없대도 죽기 전에는 한번 궁금해지겠지.
근데,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종교는 없어도 된다.
인간의 이성을 우습게 보는가?
설사 과학으로 다 이해된다고,
그래서 생명의 기원을 쫓고, 우주의 기원을 쫓는대도
왜 그렇게 시작했는지를 알 수 있을까?
그리고 '유물론'으로 꿋꿋이 버틸 만큼 그대는 이성적인가?
마음 수양하면 되는 거지, 굳이 종교?
요즘은 명상도 유행이고...
그렇다면 그 수행을 하시면 된다.
어떤 수행도 제대로 하다보면
점점 '종교적'이게 된다.
궁극적 진리에 대한 가르침 없이 그 수행을 지속하기 힘들다.
그래서 수월한 수행은 대분분 자격 미달이거나 사기다.
인간 100%인 수행에선 정말, 정말로 공짜가 없다.
그래, 종교를 갖는대도 하늘만 쳐다보는 기독교는 싫다.
신이 꼭 있어야 하는가? 불교에서 마음 공부나 하련다.
좋다.
물론 이제 나는 기독교인이지만
여기서 특정 종교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신이
당신이 있다고 있고
당신이 없다고 없겠는가?
그런 말이 있다.
가장 기독교적인 불교가
가장 불교적인 기독교보다 더 기독교적이다, 라고.
그냥 평범한 50대가 젊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뿐이다.
눈에 보이는 이 세상만이 다라고 생각하지는 말기를,
혹시라도 어떤 종교적(?) 기회가 온다면 그걸 무시하지는 말기를.
그리고 행여라도 종교만 가지면 금방 행복해진다고 착각하지는 말기를.
- 50대, 자생적(*) 종교인 -
* 자생적: 남의 손에 끌려서 가지 않은
* 기독교인으로서의 영상 후기: 정말 존경 받는 사람들이 다 기독교라면 기독교가 쇠하겠는가?
주께선 소금이 되라고 했는데 교인들이 MSG가 되고 만 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