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이런 소망 본문

문제/세월호

이런 소망

조용한 3류 2014. 4. 24. 12:28

그냥 내가 느낀 거다.

'발견'도, 물론 '깨달음'은 절대 아니다.

 

죽음에 종류가 있더라.

삶을 바라보게 하는 죽음,

반대로 죽음을 바라보게 하는 죽음.

 

어릴 때 형을 보내고

난 이 세상이 반쪽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20대에 아버지를 보내고는

다른 아들들처럼 오히려 이 세상을 바라보았고

40대에 딸아이를 보내고는

그냥 미칠 것 같았다.

 

나도 한때는 아빠였던 터라 세월호의 아빠들을 떠올려본다.

그 분들도, 맨뒤에서 버티고 있을 것이다,

남은 자식을, 아내를 떠올리면서.

 

'힘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도인들이 그렇게 많더라.

그런데 그들이 돌아서서 주머니의 동전을 셈하거나,

때로는 뒤통수까지 치는 걸 보고,

'힘내라'는 그 말이 가장 듣기 싫었다.

창문을 닫는 건 바람이 차기 때문이다.

 

마음이 가는 만큼 아픈 것인데

남의 자식에게 마음 가기가 쉬운 게 아니다.

자기 자식의 경쟁자니까.

원래 우리 모두는 포유류 출신이다.

 

아침에 넋들을 위해 광명진언을 읽었다.

다 잊고 환한 빛을 찾아 가시라고.

안 좋았더라도 아무 원망 갖지 말고

좋았더라도 아무 미련 갖지 말라고.

여긴 좋아봤자 사바세계라고...

 

혹시 눈먼 돈이 내게 온다면

작은 쉼터를 만들고 싶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들이 며칠 쉬었다 가는 곳.

아무 치유 프로그램도 없지만

멍청하게 가슴에 못 박는 말 안 하는 곳.

소통까진 몰라도

그냥 눈빛으로 교감은 하다 갈 수 있는 곳.

 

지난 10여 년, 

자신에게 이 말을 참으로 많이 했었다.

남은 삶, 하늘에서 알아 하시겠지,

가장 소중한 걸 데려간 하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