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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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처럼 쏟아진 강철화살
한겨레 | 입력 2014.07.21 20:40 | 수정 2014.07.21 22:30
이스라엘, 반인권적 무기 사용
민간인 안중없는 무차별 공습
팔레스타인 사망자 500명 넘어
3.75㎝ 길이의 송곳 같은 강철화살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칸 유니스 동쪽 쿠자아 마을의 여성 나흘라 칼릴 나자르(37)는 이스라엘의 포격 뒤 가슴에 강철화살을 맞고 피를 흘렸다. 20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이스라엘군이 반인권적 무기로 비난받는 '화살탄' 6기로 지난 17일 쿠자아 마을을 포격했다는 팔레스타인인권센터(PCHR)의 주장을 전했다. 화살탄은 대개 탱크에서 쏘는데 공중에서 터지며 1기당 수천개의 강철화살을 비처럼 뿌리는 방식이다. 대량 인명살상용이다. 이 단체는 현장에서 강철화살촉들을 회수해 공개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국제법상 합법적인 무기만을 사용한다"고 말해 화살탄을 사용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이 무기가 불법이 아니라고 규정한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브첼렘은 "국제인권법이 이 무기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인권법의 다른 규정을 고려하면 가자에서의 사용은 불법인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이 무기는 민간인이 밀집한 지역에서 사용하면 무고한 여성·어린이 등을 무차별 살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2001~2002년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화살탄을 사용해 10대 소년·소녀 등 무고한 민간인을 적어도 9명 살해했다.
민간인을 고려하지 않는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과 지상전은 지난 19일 자정께부터 20일까지 이어진 '샤자이야 공격'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9일 집계로는 340여명 수준이었으나, 19일 밤과 20일을 거치며 눈덩이처럼 불어나 21일 오전 현재 508명까지 늘어났다. 특히 샤자이야 지역에서만 70명 이상이 숨졌다. 부상자도 3000명을 넘어섰다. 라파에서는 탱크가 가정집을 포격해 어린이 4명과 9개월짜리 아기를 포함해 10명이 몰살당하는 등 민간인 피해가 줄을 이었다. 반면, 이스라엘 사망자는 20명이고 그중 민간인은 2명이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샤자이야는 하마스의 로켓 발사 근거지로 이번 공격은 하마스의 군사 터널을 파괴하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하에 터널이 있다고 해도 지상은 민간인이 밀집한 시가지다. '대학살'에 가까운 샤자이야의 참상은 20일 오후에야 드러났다. 아랍 적신월사가 주검과 부상자를 실어낼 것을 요청해 한시간가량 교전 중단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처참하게 무너진 잔해에서는 끊임없이 주검과 부상자가 실려 나왔다. 초기에 현장에 접근했던 일부 구급차는 포탄 파편을 맞고 주저앉아 버려져 있어, 구호조차 불가능했던 절망적 상황을 드러냈다.
이런데도 휴전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일 가자지구 사태와 관련한 긴급회의를 열고 휴전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날 회의를 요청한 요르단은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 폭증에 대한 우려와 이스라엘 지상군 철수 등 휴전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기를 원했으나 안건 자체가 논의되지 않았다.
정세라 기자seraj@hani.co.kr, 사진 팔레스타인인권센터
독선의 땅, 이스라엘.
오로지 자신들만 선한.
그들의 신은 대체 어디 있을까.
이게 현 인류의 수준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