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샴고로드의 재판 본문

하늘/책

*샴고로드의 재판

조용한 3류 2021. 6. 11. 16:38

엘리 위젤 희곡 | 하진호 박옥 옮김 | 포이메마, 2014

 

 

신부: 신, 자네 조상들의 신은 자네들을 버렸어. 그래서 자네들을 우리 - 신의 아들인 그리스도의 종 - 에게 넘긴 거야. 지금부터 우리는 자네들의 주인, 자네들의 통치자가 될 걸세. 우리가 자네들의 신이 될 거라고. 그분의 반항적인 자녀인 자네들에 대한 사명을 우리에게 맡기신 신이 없다면, 왜 우리에게 그런 힘이 주어졌겠나? 우리 기독교인이 자네들의 신이 되는 것은 신의 뜻일세.

 


베리쉬: 그럼 그건 내 것과 다르단 말이요? 만약 그렇다면, 당신의 승인하에 - 또는 승인이 없더라도 - 난 그것을 거부하겠소! 영원히! 난 이류의, 이차적인 정의, 불쌍한 사람의 정의는 원치 않아! 난 내 손에서 빠져나가고, 날 무시하고, 날 비웃는 정의는 상관하기 싫소! 정의는 남자와 여자를 위해 여기에 있소. 따라서 난 인간적인 정의를 원하오. 그렇지 않을 거면 정의는 그나 가지라 하시오.

 


샘: ...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이후 우리 선조들은 흐느껴 울며 '우밉네이 카타에노우'를 선포했습니다. '다 우리 죄 때문'이라고 말한 거죠. 그들의 후손도 십자군 전쟁 동안 동일한 말을 했고요. 이슬람교도의 성전 때도 그랬고, 집단학살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다른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샴고로드에서의 학살이 성소가 불탄 것보다 더 중요합니까? 당신의 집을 파괴한 것이 신의 도시를 약탈한 것보다 더 악랄한 범죄입니까? 당신의 공동체의 죽음이 지토미르, 네미로프, 틀러스크, 그리고 베르디체프의 공동체가 사라진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습니까? 당신이 누구이기에 비교하거나 결론을 낼 수 있습니까? 흙으로 빚어진 당신은 흙에 불과한 존재입니다.  

 


멘델: 당신이 부러워서 그렇습니다. 신에 대한 당신의 사랑이요. 저도 그런 척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경건함이 부럽습니다. 그게 제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믿음이 부럽습니다. 제 믿음은 당신에 비하면 덜 심오하고 덜 온전합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러자 사탄이 웃으며 말한다.)
샘: 그래, 날 성자, 의인으로 착각했나? 나를? 어떻게 그렇게 아둔할 수가 있지? 어떻게 그렇게 어리석을 수 있나? 알기만 했더라면, 너희들이 알기만 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