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2, 장편소설2] 피라미드 속의 사람들 (단한권의책, 2014) 본문

글/출간

[2, 장편소설2] 피라미드 속의 사람들 (단한권의책, 2014)

조용한 3류 2014. 3. 15. 21:10

 

 

 

출판사 서평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경제난과 실업난이 일상처럼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삶이 고달프다. 경제적인 수입 감소와 업무시간의 연장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대기업을 다니는 사람, 중소기업을 다니는 사람, 모두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과도한 업무에 고달픔을 느끼지만 이런 일상은 벗어나기 쉽지 않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조이는 올가미처럼 회사의 업무는 우리의 마음을 더욱 조일 뿐이다.


이 책은 그런 현실 속에서 일류가 아닌 소규모 회사의 흥망성쇠를 구성원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여서구와 허세운, 두 사람의 만남과 인연을 중심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둘의 만남과 헤어짐은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처럼 느껴진다.


작은 회사의 발전과 쇠퇴 과정에서 우리 아버지 또는 지금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의 일상이 얼마나 고달픈지, 인간과 인간의 갈등 그리고 각자만의 생존전략과 대응방법 등이 등장인물의 행동을 통해서 그려지고 있다. 물론 이런 행동들이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는 것을 보여주기보다 각자의 행위를 충실히 그려내는 것에 치중하고 있다.

 
주위 속에서 한 번쯤은 들어본 듯한 이야기이기에 공감이 가고 살아간다는 행위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새삼스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작가 서문

 


나는 문학 공모에 당선된 적은 없다. 다만 작년에 출간된 전자책 장편소설이 한 권 있을 뿐이다 (1년 동안 무려 60여 권이 팔린). 따라서 등단하지는 못했고, 작가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어디 가서 작가라고 소개하기는 힘들고. 나는 내 글이 삼류라고 생각하지는 않기에 굳이 작가라는 단어를 고집한다면 '재야작가'가 떠오르지만 글쎄…….


이 소설은 그러한 인간이 2011년 하반기에 쓴 것이다. 이 글에서 조연으로 등장하는 차 부장이 나의 첫 책에서는 주연 중 한 명이다. 첫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세상이란 곳에서 진심이 없음을 곳곳에서 확인한다면, 이 소설에서는 그런 세상에 지친 주인공이 나름 견디며 간다. 물론 그 모습이 보는 이에 따라 비현실적이고 무기력할지는 모르겠다. 언젠가 내 글에서도 세상을 정면으로 극복해가는 모습이 그려질지 모를 일이다.


이렇게 굳이 '나'란 인간과 이 글의 주변에 대해 설명한 것은 부분은 전체 속에서야 제대로 이해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흐릿하나마 멀리 산이 보이면 그제야 등산할 마음이 생기는…… 뭐 그런 거라고 할까?


폭설이 거듭 내리자 눈을 치우는 대신 높은 눈탑들을 만들어 그 사이로 사람들을 오가게 했다.
마침내 봄이 오자 눈탑들은 허망하게 녹아내리고 말았지만, 겨우내 감춰져 있던 담배꽁초들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도인이 아닌 우리의 삶에서 눈탑이 없을 수도 없겠고, 삶 자체가 눈탑인지도 모르겠다…….』


공모에 응모하거나 출판사에 투고할 때 작가의 의도로 썼던 부분이다. 그러니까 2010년 1월이었다. 아마 그 한 달 동안 내린 엄청난 양의 눈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거다. 그때 나는 그 광장의 그 많은 눈탑들을 보았고 봄이 오기 전에 수많은 담배꽁초를 보았었다. 그러니까 그 장면에 대한 묘사는 사실이고 나머지는 원래 소설의 정체처럼 허구인 셈이다.


끝으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건 나의 앎과 경험이 얕다 보니 그래도 조금 아는 기술 분야를 자꾸 등장시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공계의 경우 전문 분야 간에 담이 높다 보니 남의 분야를 건드리기가 조심스러웠다. 어쨌든 내가 학위를 했던 '물리'보다 더 애정을 느꼈던 '뇌파'를 다소 희롱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는 첫 책에서 소중한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 마음은 여전하지만, 반복은 피하고 싶다 (참조: 블로그 http://blog.daum.net/silent.ryu/4). 최근에 경제적 후원(?)을 아끼지 않은 김성복, 김정환 두 후배,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이 서문을 쓸 기회를 준 '단한권의책', 감사의 글에서 결코 빠뜨릴 수 없다.


그러면 지난 10여 년 동안 까맣게 타들어간 속을 긁어모아, 그 숯으로 세상을 견딜 온기를 마련하기 위해 쓴 글, 이 글로 위로를 느끼실 분들이 있기를. 그게 내 작은 바람이다.


201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