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오주괘] 느낀 점들 본문
오주괘를 접한 지 2년이 된 듯하다.
내 실력이 고만고만하니 앞으로 올릴 일도 없을 듯하고 해서...
그동안의 느낀 점들을 정리해볼까 한다.
혹시나 진지한 이에게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하고...
1. 무표정한 담당 공무원에게 묻듯 -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마음을 비우고 본다는 건 힘들다, 특히 자신의 일에는.
그럴 때 민원창구의 담당 공무원을 떠올리자.
좋게 말하면 무심한.
그는 딱딱하게, 신청 양식을 채우길 원할 것이다.
괘에 나온 재가 말 그대로 재인지, 마누라인지 고민하지 말자.
처음부터 분명하게 물으면 된다.
10월 이후... 그렇게 묻지 말자.
만약 11월은 괴롭고 12월은 좋다가 1월은 다시 힘들다면...
담당 공무원이 짜증날 게다.
2. 멋있게 묻지 마라 - 그대는 평범한 현실 속의 사람
가끔 멋있어지고 싶을 때가 있다.
앞으로 단비가 오겠는가?
그렇게 묻지 말자.
하루에도 끝없이 서류를 접수하는 공무원은
양식을 벗어난 서류를 정말 싫어할 거다.
하늘이 소원을 들어줄까?
정말 이렇게는 묻지 말자.
천간의 갑목들은 뿌리가 없고 월지의 인목은 인오반합이다.
기댈 역량이라곤 없다. 더 이상 물을 게 없다.
그런데 '하늘이 소원을 들어줄까'였다.
땅이 아니고 하늘이었다.
그러고 보니 갑목들이 하늘에 있다.
혹시 이들이 연월주의 식상으로 우회해서 결과인 편재를 얻는다?
그래, 사마의가 호로곡에 갇혀 불바다 속에 있을 때
하늘에서 쏟아진 소나기 형상이 아닌가?
그런데 우린 사마의 레벨이 아니다.
3. 안 좋을 때 보는 것 - 보수적인 해석
인간이란 좋을 때는 하늘을 찾지 않는다.
아니, 날씨 좋고 물결 잔잔한데
굳이 이맛살을 찌푸리면 하늘을 살펴보겠는가?
己 정재 己 정재 甲 甲 비견 癸 정인
巳 식신 巳 식신 寅 비견 寅 비견 巳 식신
언뜻 보면 역량에, 식신생재에, 행복해보인다.
그런데 갑인 복음, 기사복음, 게다가 인사형은 왜 그리 앞뒤로 있는지.
기사의 재운이 1이라면 복음인 경우 1-a 정도라고 한다.
약간 손해 보는 정도?
갑인도 복음이니, 이루는데 약간 힘든 정도?
인사형이 사신형보다는 나을 테니
약간 속앓이 하는 정도?
그런데 이런 '약간'이 모여서,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
보수적인 자세는 불황기의 투자자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4. 아는 만큼 보인다.
i
오주괘를 처음 접하고나면, 굉장히 물어볼 게 많다.
그렇다고 10분 단위로 하나씩 뽑을 수는 없다.
그건 순차적이고, 따라서 '문득'의 원칙에 벗어난다.
그래서 '순차적'에서 벗어나려고
질문들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문득, 문득, 궁금증이 치솟을 때면
무작위로 번호를 뽑았다.
그런데... 그건 '간절함'이 전혀 없었다.
ii
이런 질문을 해도 될까?
기독교는 뭘까, 하고 물은 적이 있었다.
戊 편인 辛 겁재 庚
戌 편인 巳 편관 子 상관
그러자 문득 불교가 궁금해졌다.
己 정인 辛 겁재 庚
亥 식신 巳 편관 子 상관
어쩌다 보니 연달아 묻게 되었지만, 절대 순차적인 질문은 아니었다.
하나는 편관을 편인으로 살인상생하며 풀고
다른 하나는 그 편관을 식신제살한다.
편관을 사해충으로 발본색원하지만 상당히 힘이 든다.
내 수준에서 본다면, 두 종교의 특성을 상당히 잘 드러낸 괘이다.
마침 오주 공무원이 상당히 문학적이었던 모양이다.
우주의 시공과 만유는 촘촘히 얽혀 있을 게다.
중중무진연기.
역학이라 하면 역술? 하다가, 미신? 하며 비죽이 웃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대는 이 세상을 다 아는가?
'사주'가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그 몇 자 안 되는 것으로부터 그만큼 말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있는가?
이도 좋고 저도 일리가 있지만 내가 아는 게 최상이다, 가 옳다.
내 게 옳으니, 나머진 다 틀리다, 하는 건
기껏해야 독선이고, 그냥 열등감의 보상 심리일 뿐.
내 것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괜히 등 뒤가 훈훈해지고 남들에게 여유가 생기는 법이다.
모두, 더 멀리, 더 제대로 보셔서, 더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