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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L부장의 영혼 (3)
(3) L부장은 간이칸막이를 쳐서 급히 마련한 방에 혼자 앉아 있었다. 물러나면 평연구원이 되는 관례를 벗어난 특별대우였다. 그나마 간이칸막이로 위로를 받은 그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튼실한 다리로 열심히 엘리베이터 옆의 계단을 오르내렸다. 그가 방안에..
글/단편소설
2014. 12. 28. 13:23
L부장의 영혼 (2)
(2) 3월에 소장이 바뀐 이후로 L부장은 정신이 없었다. 10년 넘게 아무 걱정 없이 계속되던 A부의 연구사업이 갑자기 종료되자, 다른 연구단들은 별로 자기들에게 보탬 되는 것도 없이 기초연구를 한다고 편하게 논문만 써대는 A부를 흔들고 싶었다. 특히 자신은 일 년에 백 편도 넘는 논문을..
글/단편소설
2014. 12. 28. 13:16
L부장의 영혼 (1)
- 2008년 늦가을에 쓴 글입니다. - 문득 읽어봤다. 내가 미쳤는지 모르지만, 아깝다, 이대로 묻혀버리기엔. 인간 문명의 유무형 자산뿐만 아니라 이런 평범한 인간들의 감정들도 인류 공용의, 공유의 자산 아닐까? (2023. 3. 31) L부장의 영혼 (1) L부장은 여느 때처럼 엘리베이터를 제쳐 두고 옆의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오! 이박사. 파우스트 읽고 있어?” 두 달 전의 전체회의가 끝난 후로 그는 친근한 인사를 이 말로 대신하곤 했다. 옆으로 물러선 이박사는 주춤거리며 쾌하게 답을 하지 못했지만, 그는 총애하는 부하 직원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5층으로 계속 걸어 올라갔다. 월요일 아침, 부장실로 가는 길에 만난 직원들은 한결같이 주춤, 멈칫거렸다. 그가 그 이유를 알게 된 건 무려 1시간이나 ..
글/단편소설
2014. 12. 28. 1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