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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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단편소설

어느 연구소 이야기 (6)

조용한 3류 2017. 9. 1. 00:11

 

(6)

 

특집 방송이 있은 며칠 후에 김수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 우리 서박사 TV에 나왔데?”

 

, 뒤통수만 보여 주었는데.”

 

에이, 그런다고 모르나? 목소리만 들어도 알겠더구먼.”

 

나는 그래도 방송 내용을 한번 물어 보기로 했다.

 

방송은 어땠어요? 난 안 봤는데…….”

 

이공계는 아무 걱정 없대요.”

 

?”

 

정부 관료도 나오고, 기업에서도 나오고. , 그리고 요새 줄기세포로 유명한 그 박사도 나왔지.”

 

근데?”

 

기업에서는 앞서 개척해서 나가고 있고, 정부에서는 잘 밀어 주고 있대대.”

 

그리고?”

 

김수성의 삐딱한 어투가 전화기를 통해 울려 나왔다.

 

연구원들은 열심히 불을 밝히며 연구하고 있댑니다. 월화수목금금금…….”

 

나는 전화를 끊고 멍하니 있었다. 한참동안 그러고 있다가 한국 400 산행기라는 책을 펼쳐 들었다. 지리산 천왕봉까지 한신계곡을 따라 세석을 지나 올라간다면 요새 내 체력으로 5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