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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 2008년 늦가을에 쓴 글입니다. - 문득 읽어봤다. 내가 미쳤는지 모르지만, 아깝다, 이대로 묻혀버리기엔. 인간 문명의 유무형 자산뿐만 아니라 이런 평범한 인간들의 감정들도 인류 공용의, 공유의 자산 아닐까? (2023. 3. 31) L부장의 영혼 (1) L부장은 여느 때처럼 엘리베이터를 제쳐 두고 옆의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오! 이박사. 파우스트 읽고 있어?” 두 달 전의 전체회의가 끝난 후로 그는 친근한 인사를 이 말로 대신하곤 했다. 옆으로 물러선 이박사는 주춤거리며 쾌하게 답을 하지 못했지만, 그는 총애하는 부하 직원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5층으로 계속 걸어 올라갔다. 월요일 아침, 부장실로 가는 길에 만난 직원들은 한결같이 주춤, 멈칫거렸다. 그가 그 이유를 알게 된 건 무려 1시간이나 ..
별로 생각이 없었는데 벽제까지 따라 오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이편이 아닌 저편에 있습니다 (물론 제 입장에서는 이편이지만). 근데 참, 이상합니다. 사람들 말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상합니다, 여기는 화장장인데……. 개신교와 천주교의 찬송이 들립니다. 가까운 이를..
다시 대한민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벌써 입관이 끝난 모양입니다. 어제 새벽까지 저와 함께 했던 육신도(적어도 얼굴은) 좀 깨끗해졌습니다. 장기기증도 마치고 온 모양입니다. 영안실에는 이 사람 저 사람이 보입니다. 향냄새가 생각보다 좋습니다. 어? 저 친구는 눈이 젖어 있네요. 주변..
가는 길에 히말라야를 잠시 보고 가려고 들렸습니다. 아! 굉장하네요. ……저게 재두루미 떼인가요? 히말라야를 날아서 넘으려나봅니다. 어린 녀석들도 꽤 있네요. 이런 비행을 해마다 반복하면서 커가겠지요. 그런데 반대편에는 독수리 몇 마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근데 가만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