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개종 본문
9월 중순, 마누라가 뜨거운 기독교인이 되었다.
마누라는 평강이 넘쳐 흐른다고 했지만
난 거의 지옥이었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고 했는데...
11월 중순, 성경 일독에 들어갔다.
자화자찬이지만 선한 불교도의 뺨이 움푹 들어갔다.
그래도 다윗과 욥과 사도 요한이 살려줬다.
12월말, 대혜스님 서장과 맹자와 요한복음을 한 번씩 읽었다.
마누라한테 말했다.
기독교와는 이승에서 인연이 없는 것 같네...
하늘에 태양이 두 개 떠 있는 꿈을 꿨다.
1월 5일.
이른 아침, 명상 중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오전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미칠 것 같다...
얼핏 떠오른 한 생각.
'스스로 있는 이'이니 연기(緣起)에서 벗어나 있는 것 아닌가...
이윽고 내 입에서 나온 한 마디.
주여, 뜻대로 하옵소서.
성경을 다시 한 번 읽었다.
예수님이 나를 이끄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어허, 불보살님들이 나를 버리신 게야...
주말엔 우연히 꾸란을 넘겨 보았다.
요한복음이 그토록 좋던 이유를 알 것 같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고...
예수님께선 십자가에서 요한에게 어머니를 부탁했고...
그는 부활하신 예수님과 사도들과 함께 아침을 먹었고...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요한복음 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