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세례를 받다 본문
어제 세례를 받았다.
11년 전 바로 이날,
딸아이 생명연장 장치를 떼었었다.
마침 요일도 같은 수요일.
자식이 떠났던 날, 애비가 새로 태어난 셈이다.
5월초에 교육 받으러 갈 때
무척 괴로와했다.
내가 과연 '세례'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
내 신앙의 실체는? 내 믿음의 실체는?
단지 선언이 아닌
그냥 의지의 표현이 아닌
검붉은 아가페 한 조각이 있는가?
나로 인해 기독교를 멀리하는 사람이 없기를 간구한다.
결코 끓어올리지 말자, 차면 넘치리라.
아직도 반은 남아 있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 (요한복음 3:5)
소감
1. 이찬수 목사님 설교 중의 일화.
옥한흠 목사님이 아흔 넘으신 분께 세례를 주시면서
왜 이제 오셨냐고, 우셨다고 한다.
아흔이 아니었다면, 우시지 않았다면
그리고 옥 목사님이 아니었다면
그만큼 눈시울을 붉히지 않았으리라.
2. 우리 부부를 주께 인도하고자 애쓰셨던
딸아이 친구의 어머니.
어제, 한 번 안아도 되냐고 하시더라.
문득, 내게 누님이 생긴 느낌이었다.
3. 다윗 부자의 고백이 떠오른다.
사람은 헛것 같고 그의 날은 지나가는 그림자 같으니이다 (시편 144:4)
헛된 생명의 모든 날을 그림자 같이 보내는 일평생에 사람에게 무엇이 낙인지를 누가 알며 그 후에 해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을 것을 누가 능히 그에게 고하리요 (전도서 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