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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지구인극장-번외편] 세계 최초 우주로 간 고양이의 ‘기묘한’ 스토리 입력 : 2020.12.01 13:20 ㅣ 서울신문
(5) 어제 집에 올 때와 별 차이 없는 제안서가 만들어졌다. 나는 잠시 눈을 붙인 후에 아예 제출까지 하고 출근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침이면 늘 그렇듯 일찍 일어난 녀석은 발코니의 의자에 앉아 바깥을 내려다보고 있다. 난 피곤한 눈두덩을 찬물로 적셨다. 어느 층인지 모를 남자의 가래..
(4) 살금살금 위층으로 올라가 문에 살며시 귀를 댔다. 아무리 신경을 곤두세워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계단을 다시 조용히 내려와 살며시 문을 닫았다. 거실과 마루에서는 웅성거림이 여전했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아파트를 한 바퀴 주욱 돌았다. 아랫집은 전혀 불빛..
(3) 막 서쪽으로 떨어진 해와 에어컨 실외기의 열기 탓으로 발코니는 몹시 후텁지근했다. 그리고 그 뜨거운 공기 속에는 예의 텁텁함이 속속들이 스며 있었다. 난 집안을 한 바퀴 돌며 창문을 열고나서 라면 끓일 물을 얹었다. 스프를 꺼내고 봉지째 라면을 네 조각으로 나누고 있을 때 전..
(2) 동네를 쩌렁쩌렁 울린 전기톱 소리와 뭔지 모를 그 텁텁한 냄새만 아니었다면, 계획했던 만큼 에어컨도 켜지 않고 일을 했을 것이다. 오후 내내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지만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기는커녕 이미 있던 걸 다듬는 수준에서 맴돌고 있었다. 오늘 아침 아내의 예민함을 탓할 ..
2009년 여름에 쓴 글입니다. 아파트의 고양이 (1)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린다. 10여 분이 지나도록 그만그만한 소리는 끊어지지 않는다. 이번엔 또 뭐냐, 짜증이 난다. 오후 내내 참아줬고 저녁에는 참다가 직접 갔다 왔는데, 이번에는 또 뭐냔 말이다. 잠시 노트북에서 눈을 떼고 소파에 기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