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세상/이생의 끝 (16)
아무것도 아닌데 뭐라도 된 것처럼
(4) ‘인류 오디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느라 12시가 넘어서야 자리에 누웠다. 내가 학교 다닐 적에는 네안데르탈인이 크로마뇽인을 거쳐 호모사피엔스로 진화했는데, 지금은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가 공존했고 둘이 경쟁하다가 결국은 우리의 조상이 생존에 성공했다고 하는 ..
(3) 주차를 하고 올라오니 아내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몇 번이나 피하던 전화였는데 마지못해 받고는 한바탕 싸운 모양이다. 아이가 아팠던 아내의 친구는 자주 전화를 걸어 아내에게 하소연을 했었다. 역시 아픈 아이의 어미인 아내는 어떤 때는 팔이 아파 전화기를 바꿔들면서까지 그 ..
(2) 귀경하는 봄나들이 차량으로 고속도로는 멈춰 있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계절도 몇 번 바뀌어, 딸아이를 못 본 지도 일 년이 되어 간다. 작년 초봄에 딸아이는 한 달 넘게 병실에서 고생하고 있었다. 어차피 직장을 옮길 참이었기에, 나는 이직하기 전에 한 달을 딸아이 옆에 있기로 했..
2007년 초겨울에 쓴 것입니다. 건조한 걸 좋아하는 제가 봐도 건조하게 썼네요. 진도에서 힘든 여정을 시작한 그 분들께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 하기를 간절히 빕니다. 네안데르탈인의 슬픔 (1) 나는 전에 살던 동네에 들러 어머님을 모시고 유성에 위치한 한정식 집으로 차를 몰았다. 딸아이 생전에 어머님과 자주는 아니지만 드물지도 않게 들렀던 곳이다. 다행히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일행은 없었다. 아내가 어머님을 모시고 예약된 방으로 들어간 사이, 나는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어느새 5월의 기운은 인간들의 마을에도 가득했다. 10년 전 칠순 때는 어머님과 양쪽 가족들이 속리산으로 여행을 갔었다. 그때는 딸아이가 빨간 입술로 웃으며 우리 옆에 있었지만……. 물론 10년 후에 이렇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었다. 화..
비공개 카페에 있던 글을 올립니다. 날짜도 이 블로그 시작점으로 했습니다. 나머지는 원래 그대로 입니다. 하늘 보고 징징대기 2 내 딸 이야기 | 2005/05/07 (토) 13:58 대학 2년 때였던가... 어느 강연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신은 영점에서야 만날 수 있다고. 힘들 때, 이제는 불운이 바닥을 쳤다고 생각한다. 아니, 바닥이기를 바란다. 그래도 계속되면, 계속 새로 바닥 매김을 한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 오니 하늘 보고 징징댄 것이 벌써 3주 전이다. 나는 오늘 다시 바닥을 새로 매김한다. 어제 7 시간 넘어 수술을 했다. fontan 전단계로 돌리는 수술이었다. 보조장치를 달고 의식 없이 누워 있는 아이를 보았다. 카데터 검사 끝나고 저녁에 보자는 말이 또 거짓이 되었구나. 새로 중환..